메인보컬, 리드보컬, 래퍼, 메인댄서 그리고 얼굴
아이돌의 포지션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센터가 누구냐, 메인보컬이 누구냐가 그룹 내 인기의 척도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돌은 포지션을 어떻게 나눌까 궁금해졌다.
검색해 보니 최근 트렌드는 정확한 포지션 없이 올라운더를 선호한다고 한다.
올라운더란 다재다능한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아이돌 올라운더는 작사, 작곡, 보컬, 랩, 댄스를 모두 잘해야 한다.
올라운더의 다른 명칭은 육각형 인간일 것이다.
"OOO 씨는 외모, 패션 센스, 운동신경, 인성 등 정말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육각형' 연예인이에요.(트렌드 코리아 2024 참고)"하는 식의 표현을 듣는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니.
요즘은 인조인간이 아이돌이 되는 것인가.
갑자기 우리 오빠들이 생각난다.
나의 영원한 아이돌 god.
오빠들은 각각 포지션이 뭐였더라.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god의 육아일기를 통해 만들어진 포지션이다.
왕아빠 박준형, 왕엄마 손호영, 패션 담당 윤계상, 잠 담당 안데니, 오락&목욕 담당 김태우.
이건 아이돌 그룹의 포지션이 아니라 그냥 육아 그룹의 포지션이다.
지금 봐도 이 포지션으로 역할이 고정되었다는 게 웃음이 나온다.
데뷔 초에는 어떤 포지션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이곳저곳을 뒤적거려 봤다.
박준형 리더, 메인댄서, 리드래퍼.
윤계상 서브보컬, 서브래퍼.
안데니 메인래퍼.
손호영 리드보컬, 서브래퍼.
김태우 메인보컬.
지금과 비교해 보면 포지션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준형 오빠가 외국의 유명한 가수 댄서였다고 메인댄서로 홍보하고 활동을 했던 때가 있었다니.
하이랩을 맞고 있는 윤계상입니다! 미디엄랩을 맞고 있는 안데니입니다!
1집 때는 그 포지션에 충실한 노래가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듣기 힘들다.
메인댄서는 호영오빠의 역할로 바뀐 지 한참 되었고 말이다.
2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god 멤버들의 포지션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대 초반이던 오빠들이 이제는 40대 중반인지라(준형 오빠는 50대 중반, 사랑해요!) 그들의 노력과 시간이 더해져 자연스럽게 변화가 만들어졌다.
성숙해진 막내즈 보컬 라인이 탄생했고, 데니오빠는 감성랩의 장인이 되었고, 계상오빠는 보컬과 랩, 내레이션을 넘나들며 감정을 건드린다.
무릎, 허리 안 아픈 곳이 없는지라 댄스가수로서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오빠들 사이에서 메인댄서는 호영오빠의 차지가 되었다.
태우오빠는 정말 25년의 시간 동안 확신의 메인보컬, 부동의 메인보컬로 넘사벽 가수로 성장했다.
god라는 그룹 밖에서의 오빠들 역할은 또 다르다.
요즘 아이들은 준형오빠를 와썹맨으로, 계상오빠를 장첸으로 떠올린다.
데니오빠와 호영오빠가 진행한 점심어택이라는 네이버 나우 방송을 통해 오빠들을 라디오 진행자로 접했다가 god를 알게 된 사람들도 있다.
태우오빠는 노래 잘 부르는 햄버거집 사장이다.
배우, 예능인, 뮤지컬 배우, 사업가, 라디오 진행자, 가수 등 god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올라운더라는 말.
처음부터 올라운더로 시작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냥 살아가면서 다양한 길이 펼쳐지고 그 길 위에서 노력하다 보니 올라운더로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오빠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그렇다.
아이돌 그룹 내의 포지션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그룹 밖으로 나가서도 다른 역할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삶이다.
정해진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자신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 오빠들에게 감사하다.
나도 다양한 정체성으로 이루어진 진짜 나를 퍼즐처럼 차곡차곡 맞춰가며 오빠들처럼 멋지게 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