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결혼해야지요

by 북장

"엄마, 어떤 사람이 지오디 오빠들 여자친구나 아내라고 말하면 어떻게 할 거야?"


네가 우리 오빠들 보고 오빠라고 하는 게 어색하다만.


"쭌오빠랑 태우오빠, 계상오빠는 결혼했는데? 태우오빠 첫째는 벌써 초5야."

"우와, 나보다 언니네. 그럼 다른 멤버는?"

"호영오빠랑 데니오빠는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야지. 오빠들 나이가 44, 46이야."

"아이돌이 결혼해도 돼?"

"오빠들이 엄마보다 10살이 많아. 엄마는 결혼하고 너도 있잖아."

"아, 얼른 애 낳아야겠네."


결혼도 안 했는데 애를 낳아야 한다로 생각이 건너뛰는구나.

너와의 대화는 참 웃기다.

8살짜리 아이와 평균연령 45세 아이돌 아저씨들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하다니.


옛날 같았으면 이런 대화 하나에 난리가 났었을 거다.

그 년 머리채 잡아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겠지.




"나 32살이에요. OK? 서른두 살이면 여자친구 있어야죠."


박준형의 나이 커밍아웃과 지오디 퇴출 기자회견이 떠올랐다.

그 당시 쭌오빠는 26살이라고 나이를 속이고 활동을 했다고 한다.

솔직히 기억은 안 나고 증거자료로 남아있는 캡처사진이나 영상짤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한창 3집으로 인기절정이던 시기에 여자친구가 생기고 소속사와의 갈등이 생겼다고.

하지만 기자회견을 통해 원래 나이를 밝히자 다들 여자친구는 당연히 있어야지라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왜 우리는 오빠들의 연애에 득달같이 화를 내며 상대방을 싫어하고 헤어지길 바랐을까.

왜 연예인들의 스캔들 금지 조항이 계약서에 있을 정도로 그들의 연애는 대중의 관심사이며 금기였을까.


10대였던 나의 눈에 아이돌은 현실 사람이라기보다는 환상 사람이었다.

담배도 안 피고, 땀 냄새도 향기롭고, 무대 위의 모습처럼 살아가는 매력적인 인조인간.

꿈속에서 만나는 오빠들은 내가 상상하는 대로 매력 포인트가 차고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 상상 속의 인물, 상상 속의 남자친구. 그게 맞을 것 같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을 가지고 인간 윤계상이 아니라 지오디 윤계상을 상상했었다.

우리들만의 오빠에게 현실 여자친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빠들에 대한 상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아주 일부분, 방송용 모습일 텐데 난 지금도 호영오빠가 이럴 거라고, 이랬으면 좋겠다고 상상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20대를 지나고 30대를 지나다 보니 콩깍지가 한 꺼풀 벗겨졌나 보다.

어쩌면 진짜 현실을 마주하고 깨달은 것일 수도 있다.

마냥 연예인으로서의 모습만 보고 상상하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생각해 본다.


팬들도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는데 두 오빠의 곁에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언제 생길까.

오빠들도 얼른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자기 닮은 아들딸 낳아 행복했으면 좋겠다.

40대, 50대 아저씨의 나이가 되고도 방송용 아이돌 애교를 부리는 것은 참 감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짠하다.

현타가 왔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이해가 되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바뀌는 정체성의 괴리감을 느낀다.

팬들이 좋아할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발버둥 치는 오빠들의 노고가 갈수록 힘겹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빠들의 그 모습을 사랑으로 지켜보고 좋아한다.

그저 진짜 편한 표정과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해서 연예인들의 공개 연애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때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조심스러울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을 많이 한다.

공개된 삶이라고 말을 덧붙일 수 있는 권리가 대중에게 있을까.


25년차 아이돌인 오빠들을 보며 색안경을 조심히 벗어놓는다.

그리고 함부로 평가하며 말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들도 그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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