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돌잔치를 모두 취소했다. 중국에서만 유행이라고 생각했던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한국에 들어왔고 대구에서 활기를 친 다음 전국적으로반 강제 이동 금지령이 내려졌다. 마스크가 필수이자 의무가 되고 각종 모임이 취소된다. 다음 주 둘째의 돌잔치를 취소했다. 셀프로 돌상을 마련해서 우리 넷만 사진을 찍고 축하하고 사진을 찍었다. 돌잔치 답례품도, 떡도 모두 주인을 못 찾은 채 잔뜩 쌓여 있다. 햇빛이 환한 날인데, 잔치 날이 조용하다 못해 적막해서 슬픈 날이었다.
다음 달이 복직인데 아이 둘 모두 등원을 못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둘째는 태어나서 처음 가는 어린이집이고, 첫째는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처음 가는 유치원이다. 모두 낯선 곳. 적응이 필요한데 코로나라 등원을 시킬 수가 없다. 첫째라도 다니던 익숙한 곳이면 보내겠는데, 새로운 곳이다 보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선생님들도 모두 출근을 하시는 게 아니고, 반 친구들도 모두 나오는 게 아닌 상황에서 통합운영을 한다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머리가 뒤죽박죽이다. 둘째는 지난달에 돌이었고 나는 다음 달에 복직인데 어느 사이에 등원시키고 적응해서 낮잠까지 재울 수 있을까? 복직 날짜는 다가오는데 아이들은 계속 집에 있고 머릿속이 하얘진다.
미루고 미루다 결국 첫째를 유치원에 보냈다. 생전 처음 타는 노란 버스가 낯설고 무서워서 안 타겠다고 첫째가 소리 지르고 우는 통에 결국 내가 버스에 들어가서 안전벨트를 강제로 해 주고 내렸다. 떠나는 노란 버스의 뒷모습을 보면서 참았던 눈물이 투투 툭 떨어진다. 코로나라 세상이 마비된 지금, 나의 복직 때문에 어린 첫째를 강제로 유치원에 떠밀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버스에서는 얼마나 울었을까? 유치원에서는 잘 지냈을까? 걱정이 한가득이다.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고 선생님께서 연락 주셨다. 그래도 무거운 마음에 둘째의 낮잠 시간에 맞춰 거리도 먼 첫째의 유치원으로 데리러 간다. 유치원에서 만난 첫째는 표정이 없는 얼굴로 내 품에 쏙 안겼다. 아이를 달래서 차에 태워 데려오는 길, 아이가 갑자기 물어본다. "엄마, 오늘 안 힘들었어?" "응? 무슨 말이야?" "엄마가 계속, 너네 때문에 엄마 힘들어 이랬잖아. 오늘 내가 유치원 갔으니 엄마 안 힘들었어?"..... 코로나로 생전 처음 아이 둘을 한 달 넘게 집에서만 데리고 있다 보니 힘들어진 나머지 한 말을 아이가 기억하는 것 같다. "너네 때문에 엄마 힘들잖아."라고 언성을 높여 내뱉었던 말이 5살 아이 마음에 생채기를 냈나 보다. "내가 갔으니 엄마 오늘 안 힘들었어?" 그 문맥을 이해하고 하는 질문이 5살짜리 아이가 할 만한 것인가. 하,,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와 운전을 하는데 앞이 뿌예진다.
둘째 날도 울면서 버스를 탄 첫째는 일주일 동안 적응을 해 주었고, 유치원에서도 서서히 웃기 시작했다. 이에 용기를 얻어 둘째도 어린이집 적응기를 시작했다. 복직까지 한 달 남은 상황이었다. 둘째는 첫째와 달리 어린이집에 상당히 빨리 적응을 해 주었다. 첫째는 어린이집에 처음 갔을 때 한 달을 넘게 울었고 결국 입원까지 했었다. 그런 경험으로 둘째 어린이집 적응에도 매우 많은 조바심을 냈었는데, 둘째는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잘 지내주었다. 낮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직 어린 둘째가 대견하고 고맙기만 하다. 아이들의 유치원, 어린이집 적응과 함께 등, 하원 돌봄을 도와주실 분을 찾아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첫째 혼자 있을 때 봐주신 돌봄 이모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아들 둘을 부탁드리기에는 힘드실 것 같아 새로운 분을 찾아보았다. 좋으신 분 같은데 부디 아이들과 잘 적응해서 내가 회사를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