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북클럽 4 -강사50+수강생50=100

좋은 강사? 좋은 수강생?

by 소풍

늦은 저녁 시간,도서관 블라인드 북클럽은 강사50+수강생50= 100점의 좋은 북클럽이었다.


이 북클럽에서 좋은 분들과 인연이 닿을 거란 예감이 있었다. 역시 내 예감은 맞았다.

저녁 먹고 깜깜한데 굳이 책모임을 하러 도서관에 모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서 저녁 북클럽을 신청했다. 낮에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과는 좀 다를 거 같은 느낌이었다. 저녁 시간에 오는 북클럽 회원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을 거다. 깜깜한 밤에 오기 때문이다.


도서관 강의를 몇 번 듣고서 알게 된 건, 도서관 측은 수강생들의 결석을 두려워한다는 거였다.

강의가 계속되면서 강생들 반이 떨어져 나가기 일쑤이니, 강의를 여는 측은 난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숙제가 없고 가볍게 듣고 마는 강의가 출석률이 높을까?

도서관 강좌 우등생으로서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겉핥기식 강좌는 회를 거듭하며 더 들을 필요가 없다고 여겨져 10회까지 출석하기 힘들다는 게 내 경험이다.


강의 질의 50은 강사에게 달려 있고 나머지 50은 수강생이 만든다. 박수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니까.


북클럽 50프로는 좋은 강사에 달렸다.

내가 담당자라면 강사님의 강의 스타일과 평판, 강의 계획서를 보고 면접을 할 거다.

어디서나 인사가 만사다.

북클럽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좋은 강사님과 좋은 수강생을 만나게 해주는 일이다.

교사였던 나는 수업의 질은 교사에게 달렸다고 믿는다. 강의가 어렵고 쉽고의 문제가 아니라, 강의를 기획하는 사람의 의도와 열성이 중요하다. 강사의 의도와 열의 그동안의 평판을 사서님들이 판단해야 한다. 그건 수강생들의 평가를 듣는 수밖에 없다. 도서관에 미리 전화하는 예비 수강생이 아니라. 강의에 100프로 출석한 기존 수강생들의 평가만큼 정확한 게 있을까 싶다. 내 경험으로는 그들이 진정한 도서관러다. 강의만 좋으면 다음에도 분명 100프로 출석을 할 사람들이다. 좋은 강사님의 안내로 수강생들은 책을 접하는 방식과 함께하는 방식을 배우고, 북클럽으로 지속해가게 된다. 강사는 회원들의 모델이 되므로 강사의 질이 곧 앞으로의 북클럽 질을 결정한다고 본다.

실제로 저녁 북클럽을 열었던, 진안 도서관은 마지막 강의 후 설문을 했다. 밤인데도 좋은 북클럽 강의를 열어 주셔서 사서님, 감사드립니다.

블라인드 북클럽 강사님은 화성시에서 책과 글 강의로는 보증수표인 임리나 선생님이다. 그녀는 이미 10권 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책, 그림, 글쓰기, 역사 등 책에 뿌리를 두고 거의 전 영역에 걸친 관심을 가지고 강의를 한다. 하지만 훌륭한 이력이 다는 아니다. 잘못하면 멋진 이력은 자기 자랑으로 이어진다. 이게 수강생들이 결석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자랑을 듣자고 북클럽에 모이는 사람은 없다. 자기 자랑이 아닌 삶에 대한 태도나 통찰이 우선이다.

강사님은 우연히 봉담도서관 필사 글쓰기 강의에서 1년 전에 만난 분이다.

책 읽기 왕초보인 수강생들을 때론 시로, 단편 소설로, 영화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안내한다.

결국 책은 세상의 이야기이며, 나의 이야기도 한 권의 책이란 걸 느끼게 된다.

수강생들은 책을 읽어가고, 자신의 이야기를 책과 함께 풀어 나간다. 이야기로 풀려 나가면서 마음의 응어리도 조금씩 풀려나간다. 자기를 알게 된다. 아마도 그건 그녀의 책과 글에 대한 철학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글보다 삶이 먼저’라는 말에서 수강생들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그 점이 인생을 겪어온 중장년 수강생들의 삶을 글과 책으로 연결되게 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사람과 책에 마음을 열게 된다. 중장년이 다시 배움을 시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걸 이끌어내 줄 수 있는 통찰이 필수다.


도서관 북클럽 50프로는 좋은 수강생에 달렸다.

보통 숙제가 있나요? 라고 전화로 도서관에 문의하는 이들은 수강생이 아니라 예비 결석생일지도 모른다.

좋은 수강생은 도서관에 문의 전화를 하기보다 강의 계획서를 꼼꼼히 본다.

수강 신청에 신중하다.

그건 도서관 강의 5개 이상 100프로 출석한 모범 수강생인 내 경험이다.

강의 계획서를 며칠 동안 꼼꼼히 본다.

일정표를 보며 출석을 할 수 있는지 따져본다.

다른 도서관 강의 계획서와 비교도 해본다. 자세히 보면 강사님의 스타일과 방향이 녹아있다.

며칠을 생각한 후 마음이 정해지면, 다른 일정이나 약속을 조정하고 출석과 독서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후 등록하고 넉넉히 시간을 비운다.

내 경험으론 멀리서 오는 분들이 결석을 하지 않는다. 큰맘 먹고 오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오히려 멀리 갈 때가 결석이 없었다.


깜깜한 밤에 퇴근하고, 집안일 마치고 굳이 시간을 내서 도서관에 오는 수강생들이 북클럽에 모였다. 편안한 시간대에 듣기만 하는 강의가 아니었다.

책 읽기 인증 사진에, 때로는 설문지, 때로는 성격 검사지, 때로는 필사, 때로는 질문도 만들어 썼다. 듣기만 하는 게 편한데 조금 귀찮기도 했다. 그런데 불편한 시간에 모인 분들은 귀찮은 모든 활동에 점점 더 기꺼이 참여했다. 서서히 즐겁게 이야기하고 서로 질문과 답이 자유로워졌다. 그러면서 함께 책 읽기도 재미있어졌다. 책 이야기도 사는 이야기도 점점 더 풍부해졌다.

북클럽의 성공은 강사가 50, 수강생이 50 합해서 100이다.

미디어 세상에서 굳이 책을 읽고 사람을 대면하며 함께 책을 읽자고 모인 사람들이다. 그걸 이끌어가겠다는 강사다.

불편한 시간에 모일수록,

먼 곳에서 모일수록,

귀찮은 걸 많이 할수록,

어쩌면 더 성공할지도 모른다.

작은 도서관 북클럽에서 어떤 인연이 시작될지, 어떤 일이 싹틀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기적이 시작될 수도.


도서관 사서님들, 부디 좋은 강사님과 좋은 수강생이 만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도서관 우수 수강생이 드리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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