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중경삼림': 실연과 새로운 사랑

화려한 영상미 속의 방황하는 청춘들

왕가위 하면 1990년대 청춘을 보낸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지금은 쇠퇴했지만, 이소룡, 성룡, 오우삼 등 한때 한국을 휩쓸었던 홍콩영화의 계보를 이은 스타이기 때문이다.


'중경삼림'은 왕가위가 1994년에 발표한 청춘영화이자 로맨스물인데 두 경관 223과 663의 실연과 아픔,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사실 '중경삼림'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 중 건전한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잘 알려진 바 '해피투게더'가 동성애를 다루고 있으며 '화양연화'는 불륜을 미화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홍콩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청춘의 방황과 고뇌를 그리는 게 장기인 왕가위 감독은, 광고처럼 감각적인 영상과 실험적인 카메라워크로 유명세를 탔지만 허무주의적인 세계관으로 인해서 그나마 내용이 밝고 가벼운 '중경삼림' 외에는 필자에게 어필하는 영화가 거의 없었다.


홍콩의 스타배우 금성무, 양조위, 임청하 등을 캐스팅해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금성무와 임청하의 스쳐가는 인연, 그리고 양조위와 왕페이의 엇갈리지만 결국에는 통하는 만남을 그리고 있다. 금성무와 양조위는 각각 아미라는 여자와 스튜어디스 연인에게 차여서 실연에 빠져있는데 그런 그들에게 새로운 여성 임청하와 왕페이가 나타난다. 금성무는 아무도 자기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실의에 빠져있다가 임청하의 생일축하 메시지로 기운을 차리게 되고, 양조위는 자신을 몰래 좋아하는 왕페이의 도움으로 실연의 상처와 아픔에서 벗어나게 된다.


'중경삼림'에서 임청하는 뒷골목 마약밀매상으로 나오는데 금발가발을 쓰고 있으며 함부로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는 점에서 좀 현실감 없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왕페이는 실연당한 양조위를 좋아하고 그를 돕기 위해서 마치 우렁각시처럼 양조위의 집을 정리하고 청소해 준다는 점에서 무척 호감이 갔다.


결국 왕페이는 양조위 집을 들락거리는 것을 발각당하고 양조위는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데... 자신의 현재 모습에(백수로 사촌오빠 가게에서 알바를 한다) 자신감이 없었던 왕페이는 1년 후 만나자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리고 1년 후 스튜어디스가 되어서 양조위 앞에 나타난 왕페이. 둘은 마음을 나누며 앞날의 기약한다.


결론적으로 '중경삼림'은 배경음악으로 밝고 경쾌한 팝송을 들려주며, 실연의 아픔을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제시함으로써 시청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팜므 파탈 임청하보다 지고지순한 사랑 왕페이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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