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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사랑 04화

사랑

사랑은 신비한 선물

by 로즈릴리


사랑


로즈릴리


사랑은

인간의 모든 에너지 가운데

가장 강렬하게 소비하는 에너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부모님의 사랑이 그랬고

동화 속 아버지를 향한

심청의 사랑이 그랬다


사랑은

인간의 모든 에너지 가운데

가장 화려하게 낭비하는 에너지

쇼팽의 여인

조르즈 상드가 그렇고

클라라에 대한

브람스의 사랑이 그렇다


사랑은

인간의 모든 에너지 가운데

가장 강렬하게 소비하고

화려하게 낭비하는

생의 에너지

사랑은

가장 아름다운 생의 에네르기


2020. 4. 14 작시 로즈릴리









김옥애 작가의 <이상한 안경>은 ‘사랑은 이상한 안경을 쓰게 만들어서 구리를 황금으로, 가난을 풍족한 것으로, 눈에 난 다래끼조차도 진주알 같이 보이게 만든다.’


돋보기 안경을 신기해하는 딸 수혜에게 아빠는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안경을 쓰고 살아가는데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상한 안경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나 그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수혜는 아빠가 잠든 사이에 몰래 돋보기 안경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오가는 행인들의 얼굴을 살피며, 혹시 모를 이상한 안경을 찾기 시작한다.


그 길에서 우연히 구리반지를 노란 금반지라고 오해하는 아주머니를 마주치게 된다. 수혜는 그것이 구리반지라고 정정해주지만 아주머니로부터 뜻밖의 대답을 듣는다.


“반지는 구리로 만든 것이 틀림없지만, 내가 마음 속으로 황금으로 생각하면 바로 그것이 황금반지인거야. 이 아줌마는 마음의 안경을 쓰고 살아간단다.”


‘이상한 안경’은 그런 사랑하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은 결함마저 끌어안게 하는 순수한 진실과 닿아 있으며, 순수한 진실은 세상을 감싸안게 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으로 표현된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마음의 안경을 쓰면, 동화 속 수혜의 아빠처럼 수혜의 눈에 생긴 다래끼가 진주알로 보이고, 수혜의 코에서 흐르는 콧물도 맑은 물로 보이게 한다.

이런 안경은, 신기하게도 만져 볼 수도 없고,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안경점에서 구할 수도 없다. 심지어 누가 그 안경을 썼는지조차 얼른 알아보기도 힘들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사랑하는 마음을 살피는 신비한 안경을 끼고 있다면 이 얼마나 멋진가.


아름다운 사랑의 선물인, 이상한 안경을 낀 사람들이 많을수록 이 세상은 따뜻하고 포근해질 것이다.






이른 새벽 여섯시쯤 잠에서 깬 어린 아기(한살에서 두살 정도 되어보이는)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는 젊은 아빠들을 자주 보게 된다.

매미가 나무에 찰싹 달라붙듯 아기는 유모차 손잡이에 손을 붙잡고 세상 신기한 눈으로 말없이 세상을 관찰하고 뒤에서 유모차를 밀어주는 아빠는 그저 행복한 표정으로 말없이 새벽 공기를 뚫고 걷는다.


오후쯤 되면 유치원에서 하원하는 어린 딸들을 마중나가는 아빠들을 보게 된다. 아빠는 유치원 차에서 내리는 딸을 맞이하고 딸은 재잘재잘 속삭이며 도란도란 세상 다정하게 걸어오는 모습을 본다.

모성애가 강하다고 하지만 요즘은 부성애도 못지 않게 빛을 발한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다정하고 가정적인 아버지의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의 아들들이 어렸을때 남편도 그랬다. 딸만 둘인 내 친구의 남편도 그랬고 어려서부터 예쁘게 이쁘게 키웠다.

어느 순간 사춘기가 되고 이제 좀 머리가 컸다고 엄마 아빠한테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애기 취급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아들 딸들...


돌이켜보면 나도 고등학생때 그랬던 것 같다.

가부장적인 옛날 시대 아버지의 권위를 내세우던 과거의 시대에도 나의 아버지 우리 아빠는 지금 시대의 젊은 아빠들처럼 넘나 가정적이었다. 고기를 직접 구워서 잘라주고 마당에 있는 꽃밭에 물을 주고 강아지 밥을 챙겨주고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셨고 우리의 정서적인 마음을 잘 헤아려주셨고 말을 잘 들어주셨다.

딸들이 행여 늑대같은 남자들에게 납치라도 당할까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기 무섭게 하루도 빠짐없이 3년간 학교 앞에 기다리고 계시다가 집으로 데려 오셨다. 하물며 언니가 대학교때 제주도 수학여행을 갔을때는 수학여행 마치는 날 여객선 터미널까지 마중나갈 정도여서 언니는 단체로 오는 버스를 타지 않고 아빠와 개인적으로 올 정도였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간섭이나 통제로 부담스럽게 여겼던 것 같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짝사랑이 맞다.

내리사랑!

부모님은 우리에게 사랑을 베풀고 우리는 부모님께 받았던 사랑을 우리의 자식에게 베풀고 우리의 자식들은 결혼해서 자녀를 낳으면 자신의 자식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내리사랑이다.


딸 수혜의 코에서 흐르는 노란 콧물이 아빠의 눈에는 맑은 물로 보이고 수혜의 눈에 낀 다래끼도 진주알처럼 이쁘게 보이는 아름다운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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