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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사랑 01화

나르시스의 사랑

by 로즈릴리


나르시스를 사랑했네


로즈릴리



물에 비친 내 모습을 사랑했네

강물에 빠져 익사한 나르시스

그가 떠났음을

사라진 꿈에 대한 절망과

열망이 없는 존재

가난하고 궁핍한 세계의

무목적성을 견디지 못하고

노랑 나비 줄지어 날아와

그를 추모한다



천국이 없음을

나르시스 떠난 자리에

노랗게 노랗게 피어 오른

한떨기 슬픔이여

잎은 가볍지만 도도하고

겸허히 아래로 아래로 고개 숙인

청초한 그 자태

고고한 꽃으로 탄생했네





수선화 - 꽃말 (자기 사랑)

2025년 4월 어느 날 햇살은 찰랑찰랑 은빛가루가 되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나르시스 미소년이 죽은 자리에 피어났다는 꽃 수선화를 보며 시가 떠올랐습니다.

수선화는 나르시스의 고고한 위세와 여린 기상을 추모하듯 아름답습니다. 고결한 노란빛과 하늘하늘 나비의 날개같은 꽃잎을 가진 수선화는 4월에 피는 꽃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수선화3.jpg 2025. 4월 아파트 화단에 핀 수선화




수선화.jpg 2025. 4월 1일 점심시간에 맛집 식당 정원에 핀 4월의 꽃들과 수선화







고결한 노란빛, 우아한 꽃잎들은 차가운 공기에 나풀나풀 흔들리는 나비의 날개보다 고고해서 고개를 숙일지언정 바람에 꺾이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나르시스의 의미가 변질되어 좋지 못한 인간상을 표현할 때 나르시스트라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르시스라는 미소년은 어느 날 강물에 비친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을 봅니다. 그 소년이 자신의 모습인지도 모른 채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점점 몸을 기울이다가 강물에 빠져 죽음을 맞고 그 자리에서 핀 꽃이 수선화입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 사랑입니다.


자신의 모습인지조차 모르고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을 보고 가까이 다가가다가 물에 빠진 나르시스 미소년이 저는 오히려 순수하게 여겨지는데 요즘은 나르시스를 매우 안좋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안좋아 보입니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던 타인의 결점을 찾아내어 안좋은 이미지로 포장하며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나르시스트'라고 비난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사디스트' '마조히스트'라고 손가락질하며 인간이 만들어낸 언어에 갇아버리는 일을 자주 일삼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타인에게 진정한 사랑을 줄 수 있을까요.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자아가 지나치게 강하면 자아도취로 변질되어 에고이스트 됩니다. 자아가 강한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에고이스트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타인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본질적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살아가는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우리의 삶과 사랑은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선화2.jpg 2025. 4월 집 근처 복지기관에서 핀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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