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앞에 섰을 때, 조카의 백일장 장원 글을 보며
“저 백일장에서 장원 탐”
지난 11월 가족단톡방에 이제 내년이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조카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오~~~
평소에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어릴 때부터 명상을 했던 아이인데 그래서 글을 잘 쓰게 됐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글을 썼을까? 궁금해서 글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부끄럽다며 안 보내주더니 며칠 지나서야 보내줬습니다.
제목은 두려움을 이해하는 법
두려움을 이해하는 법? 극복하는 것도 아니고 두려움을 이해한다고?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대하는 자세부터 신선했습니다.
글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중학생이 되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걱정과 불안 속에서 보냈던 일상, 그리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극복했는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입학식날 늦잠 자면 어떡하지?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공부를 못하면 어떡하지?
우리가 어린 시절 새학년 새학기를 앞두고 했던, 지금은 사소해 보이지만 그때는 너무나 컸던 걱정들이요.
2021년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걱정과 불안, 두려움이 올라오고 있다면.....
이 글을 읽고 피식 웃으며 다시 용기를 내보시길 바라면서 글을 공유해봅니다.
중학생 조카의 두려움을 이해하는 법
아래 글은 제31회 놀뫼백일장 중등부 장원을 탄 권** 님의 글 원본입니다.
안정된 무언가에서 벗어나는 일은 내가 가장 못 하는 일 중 하나이다. 따뜻하고 안락한, 익숙하다 못해 다 외워버린 무언가를 나는 계속 간직하려는 성향이 있었다. 어떠한 상황이든 내 주변의 것들이 바뀔 때 나는 가장 큰 공포를 만났다.
이제는 2년씩이나 지나가 버린 과거 속, 내 초등학교의 마지막 6학년 때는 중학교의 입학을 앞두고 하루하루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평소에 숫기가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스스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 나갈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중학교 1학년의 생활을 상상하자니, 늘 두려움에 잡아먹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5학년 때 전학 온 학교에 이제야 익숙해지고 즐거워지려고 하니 떠나야 하는 상황. 나는 어쩌면 그 모든 배경을 두고 떠나, 다시금 새로 익숙해져야 하는 그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졸업을 앞둔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마 “중학생 되기 싫어요. 저 차라리 한 번 더 6학년 할래요.”였을 것이다. 어차피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을 알면서 끙끙 앓아대며 했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은 “00야, 다 지나갈 거야.”라고 웃으시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이후로도 나는 죽을상을 하고 매일 아침을 맞았던 것 같다. 입학식 하루 전 잠자리에 누워서도 내일 내가 늦잠자진 않을까, 애들을 만나면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 교복은 제자리에 있나?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하며 근심걱정을 이어나갔었다.
결론적으론 역시 선생님의 말씀대로 되었다. 입학식 당일,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고 내 두려움들은 천천히 사라졌다. 웃으며 그들과 배정된 반으로 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어제의 고민이 무색할 정도였다.
나는 너무 많은 걱정을 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날을 계기로 나는 내가 왜 미래를 두려워하고,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압도되는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었다. 두려움은 미지의 것에서 온다고 하던가. 나는 지금까지도 날 떨게 만드는 두려움에 질문을 던지며 그들을 알아가려 노력 중이다.
지금도 여전히 두려운 것들이 많다. 전염병도 무섭고, 전쟁이 터지면 어쩌지 하며 터무니없는 두려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친구의 한마디에 관계의 미래를 두려워하며 밤을 지새운다. 그런 나에게는 더 많은 시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가늠할 수 없는 날들 속,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몇 번이나 나는 두려움을 마주할까? 생각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두려움은 미지의 것에서 온다고 했다. 두려움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지의 것을 알아가는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늘도 나는 두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미지의 것을 알기 위해 과거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든 다 지나간다
이렇게 세상에 태어나 모든 게 새롭고 두려웠을 아이가....
부모와 세상의 관심 속에서 웃으며 쓱쓱 기게 되고....
이렇게 자연 속에서 노는 걸 좋아하더니, 이제는 두려움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볼 줄 알 정도로 자랐네요.
돌아보면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지금도...
늘 사소한 걱정과 불안 두려움은 저의 곁에서 한치도 안 떨어지려고 하면서 꼭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감정들이 오랜 친구네요. (^^)
하지만 돌아보면 결국 다 지나갔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헤치고 지금까지 왔네요.
그때의 걱정과 불안은 소리 없이 사라지고....
그 순간에 냈던 용기, 그때그때 함께해준 사람들의 따듯함은 그대로 남아 있네요.
2021년에는 걱정과 두려움이라는 아이는 조카의 말처럼 좀 더 이해해주려고 노력하고 다독이며, 좀 더 긍정적인 감정에 집중하며 살아봐야겠습니다. 조카에게도 자신있게 이모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고 싶네요.
#"00야, 니가 이렇게 컸구나. 기특하다"
#일기콘 70, 일상의 기록을 콘텐츠로 70일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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