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다시 만들어가는 정체성
“저 이제 마흔 되는데 우울하네요”
마흔성장연구소의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40대 즈음의 분들을 만날 일이 많습니다.
최근에 만났던 분들 중에서도 이제 마흔 된다며 우울해하신 분들도 있었는데요.
일단 5년 앞서간(^^) 선배로서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40대에 입성한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 더 좋은~ 때가 시작됐습니다.(^^)”
마흔 즈음 느끼는 무기력과 우울증의 정체
저는 이삼십대에는 잡지사 기자 생활을 하면서 죽어라 일만 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30대 말 즈음에 그렇게 우울함이 올라오더라고요.
좋은 시절 다 간 거 같고, 사람들 앞에서 나이 밝히는 것도 싫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고...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책도 읽었습니다.
그러자 제가 느끼는 감정의 실체에 대해 알겠더라고요.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진정한 당신이 되라는 내면의 신호다”
칼 구스타프 융의 이야기입니다.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삶의 의미 상실, 신체의 변화, 외도, 이혼 등을 겪는데, 그것은 진정한 내가 되라는 내면의 신호라는 겁니다.
20, 30대에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목표에 맞춰 열심히 달립니다.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집, 학교, 직장, 가정에서 요구하는 틀에 나를 맞춰왔죠.
"근데.... 이건 아니지 않아? 나는 어디에 있는 거야?"
40대쯤 되면 내면에서 이런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마흔 즈음에 뭔가 무기력해지고 뭔가 활력이 떨어지고 자주 우울함을 느낀다면....?
아주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제는 나를 돌아보고, 사회와 타협했던 정체성으로부터 나를 풀어주고, 진짜 나로서의 삶을 만들어가면 됩니다.
어떻게 나다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마흔의 위기가 찾아오는 건, 우리가 진정한 자신에게서 멀어진 채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 어떻게 진정한 나와 가깝게 다가가며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책에는 40대 이후 어떻게 새롭게 정체성을 만들어갈지에 대해 나오는데요. 가장 강조하는 것은 "역할로 나를 규정하는 것을 벗어나라"는 겁니다.
나는 누구인가요? 나를 뭐라고 소개하나요?
나의 직업, 직함, 사회가 규정하는 그 무엇이 곧 나는 아닙니다.
그 역할이 끝나고 나면 결국 초라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온전히 그냥 나 자체로서 나를 규정해 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만그만한 틀 속에서만 있었다면 이제 좀 더 내가 원하는 활동을 찾아서 해보세요.
독서모임, 취미활동, 봉사활동...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런 활동들 속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도 찾아보세요.
<인간 본성의 법칙> 12장에서는 마흔 즈음에 겪는 ‘중년의 위기’를 정체성의 위기라는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사람은 사회적 자아를 형성하기 위해 자신을 손질하고 단속하는데, 이 단속 과정의 많은 부분이 성 역할을 중심으로 한 것이라는 거예요.
원래 우리의 본성은 어머니 아버지 양쪽에게서 받은 거라, 반대 성의 특성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우리 안 남성적 혹은 여성적 측면을 억압해 왔다는 거죠.
일정 시점이 되면 나에게 그토록 중요한 일부를 상실한 것에 대해 내면에서 반항을 일으킨다는 겁니다.
이건 너무 여성적인 거 아닐까? 이건 너무 남성적인 거 아닐까?
생각하며 못했던 게 있었다면 그 틀을 깨고 한번 시도를 해보세요.
우리는 타고난 본성상 타인에 대한 끌림이라는 형태로 여성적 혹은 남성적인 것에 더 가까이 가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내적으로도 그와 같은 것을 바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수백 년간 남자들은 여자를 뮤즈로, 영감의 원천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성 모두에게 그 뮤즈는 자기 안에 있다.
_ 인간 본성의 법칙 중에서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에서는 마흔을 중간항로, 2차 성인기라고 표현합니다.
2차 성인기가 완성되려면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한데요.
중간항로 길을 의식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삶을 더 의미 있게 구축할 수 있다. 그러지 못한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삶은 화려할지라도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갇힌 채 살 수밖에 없다
2차 성인기가 1차 성인기와 다른 점은 외면의 진실보다 내면의 진실을 강조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하지만, 융은 우리에게 이렇게 상기시킨다. "의식적으로 내면의 목소리가 지닌 힘을 따르는 사람만이 인격을 완성한다." _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중에서
이 책을 읽은 후로는 저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특히 감정의 기복이 있는 날에는 "아 나와 대화가 필요하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저 자신을 살펴보려 합니다.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나이 들어가며 변화하는 외모에 대해 소극적 수용이 아닌 능동적으로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사회가 만든 고정관념, 젊음이 최고라는 인식 때문에 나이 들어가는 외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우리가 정말로 긍정적이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면, 내 외모에 자부심을 느껴야 하며 더 젊은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는 것이지요.
저도 언젠가부터는 나이 들어가며 생기는 주름, 흰머리도 사랑해주고 싶더라고요. 열심히 살아온 흔적 아니겠습니까.
40대 초기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은 마흔 이후에도 여전히 성장하는 분들을 만나고, 저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재밌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늘 배우고 시도하고 성장하고 나누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 나의 40대를 그렇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선택해야만 비로소 앞에 놓입니다. 이제 진정한 내 자신이 되기로 선택합시다.
#일기콘 69, 일상의 기록을 콘텐츠로 69일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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