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완전한 돌멩이처럼
지난 11월에 ‘전략적 책읽기 모임’(전책모) 멤버들과 첫 오프모임을 가졌습니다.
각자 자기가 원하는 분야의 책 50권을 읽자!는 취지로 올해 초에 결성한 모임인데요.
오프모임에서 한번 같이 고전을 읽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너무 자기계발서 위주로 읽다 보니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인문 서적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터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지요.
첫 번째 책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싯다르타가 고행도 하고, 속세로 들어가 돈, 권력, 사랑에도 흠뻑 취해보고, 다시 속세를 떠나 자연에 머물며 깨달음을 얻고 진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옛날 옛적 30년 전쯤 중학교 다닐 때 읽었으려나? 지금 다시(^^) 읽으니까 전혀 다르더라고요.
사실 30년 전에 어떻게 느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전혀 다르다는 표현이 어폐는 있지만요.
싯다르타가 수행길에서 얻는 깨달음의 언어 하나하나가 마음에 다가왔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어떻게 이런 소설을 썼을까?
스스로 얼마나 깊이 있는 공부와 성찰을 했던 것일까?
이것도 너무 궁금해졌고요.
마음에 담고 싶은 책구절들
마음에 일어난 감동을 글로 표현하기는 어려워서, 마음에 다가오는 구절을 정리해봅니다.
삶이 버겁다 느껴질 때 두고두고 봐야겠어요.
"강물에 돌을 던지면 돌은 가장 빠른 방법으로 강바닥에 가라앉아요.
싯다르타가 목표를, 계획을 세운다면 그렇게 될 거예요.
싯다르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싯다르타는 기다리고, 생각하고, 단식정진합니다.
돌이 물속으로 가라앉듯이 세상의 일을 관통하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마음 쓰지 않고 말이지요. 이끌려 가게, 가라앉게 내버려둡니다.
그의 목표가 그를 끌어당기는 이유는 그가 자신이 세운 목표에 역행하는 것은 그 무엇도 마음에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싯다르타가 사문들에게서 배운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바보들은 이것을 마법이라고 부르고, 귀신들이 이것을 행한다고 생각하죠. 귀신들이 하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어요. 귀신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누구나 마법을 부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어요. 생각하고, 기다리고, 단식정진을 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_ 연인 카밀라를 처음 만났을 때 싯다르타가 한 말
상인 : 당신은 재물이 없지 않습니까. 당신은 무엇을 주는지 묻고 싶군요.
싯다르타 : 누구나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주지요. 전사는 무력을, 상인은 상품을, 스승은 가르침을, 농부는 쌀을, 어부는 생선을 줍니다.
상인 :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당신이 배운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싯다르타 : 저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저는 단식정진할 수 있습니다.
상인 : 그게 전부인가요?
싯다르타 : 이게 전부인 것 같습니다.
상인 : 그런데 그게 무엇에 도움이 됩니까? 예를 들면, 단식정진하는 것, 이것은 무엇에 쓰나요?
싯다르타 : 나리, 이것은 매우 좋은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먹을 게 없다면, 단식은 그가 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현명한 일이지요. 예를 들어 싯다르타가 단식을 배우지 못했다면, 그는 오늘날 다른 식의 일을 해야만 했을 겁니다. 당신 집에서든, 아니면 다른 곳에서든 말입니다. 배가 고프니 그러지 않을 도리가 없겠지요.
싯다르타는 조용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싯다르타는 조급함을 모릅니다. 싯다르타는 어려운 처지를 알지 못해요. 싯다르타는 오랫동안 굶주림에 에워싸여 있었어요. 굶주려도 웃을 수 있습니다. 나리, 단식은 이런 일에 도움을 줍니다.
_ 고행 중이었던 싯다르타와 상인 카마스바미와의 대화 중에서
(타이탄의 도구들에도 나왔던 내용)
"지식은 전해줄 수 있지만, 지혜는 전해줄 수 없어. 지혜란 사람들이 스스로 발견하는 거야. 사람들은 삶을 통해 지혜를 체득할 수 있고, 지혜로 인해 행실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지혜와 더불어 기적 같은 일을 이룰 수 있어. 하지만 그걸 말하고 가르쳐줄 수는 없는 거야."
_ 싯다르타가 '평생 세존 고타마의 말씀을 따르며 수행 중인' 친구 고빈다에게
싯다르타는 허리를 숙여 땅바닥에 있는 돌 하나를 주워 손에 쥐고 흔들었다.
“여기 있는 이것이 보이지?” 싯다르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것은 돌이야. 언젠가는 흙이 될 거야. 그리고 흙에서 식물이 자라고, 동물과 사람도 태어나겠지. 예전의 나라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지도 몰라.
‘이 돌은 단지 돌이고, 가치가 없으며, 마야의 세계에 속한다. 그러나 이 돌은 변신의 윤회 속에서 인간이 되고 또 정령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돌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라면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그러나 오늘은 생각이 달라. 이 돌은 돌이고, 동물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하고, 붓다이기도 해. 이 돌이 언젠가 이것이 되고 또 저것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이 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야.
오히려 이 돌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것 그 자체였고, 그리고 언제나 모든 것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 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거지.
그리고 바로 이 사실, 즉 이것이 돌이고 지금 나에게 돌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이 돌을 좋아하는 거야. 이 돌의 무늬결과 우묵하게 파인 곳, 그 하나하나에 이 돌의 가치와 의미가 있어"
_ 싯다르타가 친구 고빈다에게
싯다르타의 미소는 고빈다로 하여금 그가 평생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일찍이 그의 삶에서 가치 있고 성스럽다고 여겨졌던 그 모든 것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지식은 아는 것이고, 지혜는 행동하는 것이다"
영화 평화로운 전사에서 봤던 내용도 다시 떠오르더라고요.
지금의 제 삶이 진리를 향해 가는 여정길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길, 그냥 그 자리에 완전하게 존재하는 돌멩이처럼 제 스스로가 있는 그대로 완전함을 깨닫고 될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전책모 고전 함께 읽기 다음 책들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입니다.
#일기콘 66, 일상의 기록을 콘텐츠로 66일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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