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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위너코치 Jun 22. 2019

‘중년의 위기’는 거짓말이었다

마흔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최근에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 의학 및 건강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바버라 스트로치가 쓴 책인데요. 우리나라에서 2011년에 초판이 발행됐고, 책의 부제가 ‘뇌과학이 밝혀낸 중년 뇌의 놀라운 능력’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중년은 대략 40대에서 60대 정도를 말하는데요. 중년의 뇌 하면 한물 가기 시작하는 뇌라고 생각하지만, 실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절정의 뇌’라고 합니다. 



뇌과학은 중년 뇌를 가장 뛰어나다고 말한다

미국 시애틀 세로연구소는 1956년부터 7년마다 6000명을 대상으로 뇌 인지능력을 검사했는데, 어휘능력, 언어 기억능력, 공간지각능력, 귀납적 추리 능력 이 4가지 능력에서 초절정의 성과를 내는 나이대가 45∼53세 사이였다고 합니다.


또 중년의 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순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보고 이끌어가는 능력은, 핵심 파악 능력, 위기 대처 능력은 가장 뛰어나다고 합니다. 저자는 정말 많은 뇌과학자들을 만나 실험 결과에 근거해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요.


에이 그럴리가!! 저자가 중년의 뇌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전하면, 주변 중년층들이 보였던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가만히 돌이켜보면 다들 수긍했다고요. 믿지 못하겠다면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정말 많은 일들을 놀랍게 잘 처리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한번 보세요!!




‘중년의 위기’라는 프레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제가 책에서 특히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중년의 위기’라는 프레임이 사실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였다는 것입니다.


중년의 위기라는 개념을 처음 말한 사람이 산업심리학자 ‘엘리엇 자크’인데요. 1965년 무작위로 추출한 소수 예술가들이 중년 즈음에 표현양식을 음침하게 바꾼다는 것을 근거로 중년의 위기를 말합니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죽음에 대한 자각이 커지고 깊은 상실감과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 것입니다. 

그 뒤로 예일대 심리학 교수 대니얼 레빈슨이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에서 40명의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중년 남성을 위기감, 절망, 세상과 소원해지는 과정을 겪는다고 그리면서 ‘중년의 위기’라는 개념이 대중문화 속으로 들어옵니다. 


하지만 장기적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중년의 위기가 흔하다는 생각’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집니다. 


1999년 맥아더재단 연구네트워크가 8,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10년간 진행한 ‘성공적인 중년기 발달’에 대한 연구에서 대상자의 5%만이 중년의 외상을 겪는다고 나옵니다. 게다가 중년의 외상을 겪는 이들 중 대부분은 평생 정신적 외상을 겪어온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95%의 참여자들은 중년의 위기를 겪기는커녕 특히 40세와 60세 사이에 ‘잘 지내고 있다는 느낌’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고합니다. 폐경기를 겪는 여성들 또한 슬픔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구원이라는 느낌으로 바라본다고요.


1958년에 캘리포니아 밀스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여성 집단의 삶을 40년 이상 추적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에 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그들이 중년에 들어서면서 더 자신있고, 단호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참여자들은 52세 무렵에 절정에 이르렀고. 자식들이 집을 떠나고 자기 시간을 갖게 되자 낙담해하기는 커녕, 이 시간을 이용해서 새롭고 흥미 있는 것들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퍼듀대학교 심리학자 대니얼 므로첵이 진행한 2000명의 남자들을 대상으로 한 22년 동안의 연구에서도, 그들의 삶의 만족도는 65세에 절정이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므로첵은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더 행복해지는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저는 나이 들면 우리가 그냥 뇌를 재배치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사를 다루는 법을 알게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뇌가 결심하는 거예요. 세계를 다르게 보기로”



빈둥지 증후군 역시 근거 없는 허구였다

수많은 데이터에 의하면 중년은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시간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정말그런가? 하고 저에게도 물어봤는데 실제로 최고의 시간이 맞는 거 같습니다. 


‘중년의 위기’가 남성판 신화라면 자식들이 떠나고 여성들이 우울감을 느낀다는 ‘빈둥지 증후군’은 여성판 중년 신화라고 말합니다. 이것 역시 아주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낸 결론이지요.


퍼듀대학교의 심리학자 카렌 핑거만은 자신의 연구에서 자신의 모든 시간을 자녀양육에 바친 여성들조차 아이들이 독립하게 되었을 때, 대체로 대단한 만족감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엄마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느끼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되고, 상쾌하게 느낀다는 겁니다. 핑거만은 오히려 20대 제자들이 40대인 자기 나이의 집단보다 상당한 우울함과 격변의 성향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떠나고 난 후 부모들은 오히려 형제들에게 더 많이 연락하는 등, 예상치 못한 더 좋은 점도 찾아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왜 이토록 오래 중년에 대해 음침한 시각을 갖게 되었을까

우리는 늘 젊음을 높이 평가하며 중년은 젊음과 비교당하며 “한물간”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당연히 수명이 길어졌다는 소식은 좌절이었죠. 그런데 현실의 연구결과들은 오히려 중년에 들어 더 좋아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중년하면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관념을 갖게 되었을까요? 책에서는 사실 우리가 중년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겼다고 말합니다.


유아기, 청년기, 노년기와는 달리 중년 세대가 하나의 연구 대상이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고 해요. 예전에는 중년기가 노년기와 묻어가는 경향이 있었다면, 100세 시대가 되면서 중년세대라는 독자적인 영역에 대해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거죠. 



나이가 들수록 뇌는 더 유쾌하게 변한다

책을 읽으며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나이가 들수록 우리 뇌가 점점 더 긍정적이 되고 유쾌하게 변한다는 것입니다.


인지심리학자 마라 매더는 “나이가 들수록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나, 늙음과 병듦을 경험하기 때문에 우리 기분이 안 좋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기분은 나아진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그런 결론을 갖게 되었을까요?


긴급한 상황일 때 판단에 관여하는 부분이 뇌의 안쪽에 있는 편도(amygdala)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MIT뇌영상연구실과 공동으로. 젊은이와 나이든 이의 편도를 스캔해본 결과, 나이든 이의 편도가 놀라울 만큼 부정적인 것들에 덜 반응했습니다.

강아지, 아이들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 장면을 보여준 후. 바퀴벌레, 무덤… 등 부정적인 반응을 촉발하는 장면을 보여주었을 때, 나이든 사람들은 계속해서 긍정적인 것에 더 반응했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우리의 뇌가 채 의식하기도 전에 거의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것을 강조하고, 부정적인 것을 제거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에서도, 41세 무렵의 중년 초기부터 사람들은 부정적인 이미지(예: 유출된 오리에 붙잡힌 오리들)보다 긍정적인 이미지(예: 웃음 띤 아기들)를 더 많이 회상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최고 80세까지 포함된 대상자들을 통해 그러한 전환이 오래 지속되고 성별과 직종, 인종을 막론하고 일관적으로 나타난다는 경향성도 발견했지요. 

나이가 들수록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긍정적인 것에 집중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사실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은 훨씬 뇌에게 편안한 일입니다. 긍정적인 것에 집중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그것은 최고의 뇌여야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긍정적이 되어 갈까요? 책에서 소개한 연구자들의 답변은? 우리가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에.


“나이를 먹으면서 남은 시간이 전보다 적다는 것을 자각하기 때문에, 감정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자기도 못하는 사이에 긍정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어려운 일을 겪을 때 힘들 수는 있다. 하지만 중년의 뇌는 삶에 대해 열광하고 좋은 것을 보기 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중년의 쇠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할 때

중년의 위기, 빈둥지 증후군, 중년의 불행, 중년의 쇠퇴…. 


이러한 프레임은 아직도 우리의 관념을 지배하며, 저 같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압박을 가합니다. 시카고 대학교의 리처드 슈웨더는 그러한 신화가 계속되는 이유를 “중년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쇠퇴한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는 서구 사회”에 상당한 책임을 돌립니다. 실제로 ‘중년’을 그렇게 안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문화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요.


브랜다이스대학교의 상주학자 마거릿 굴레트는 서구문화에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 위로 비처럼 쏟아지고 있는 쇠퇴의 이념의 희생자들’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스스로가 문화에 의해 노화되도록 허락했다. 인생을 단순히 ‘나이로 등급이 나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배웠다.”
“중년의 신체적 감퇴는 엄청나게 심각하게 생각하도록 배우지만, 노화의 긍정적인 측면들, 즉 성숙함, 경쟁력, 동정심 등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중년의 쇠퇴라는 관점이 존속하는 이유는, 주름방지크림을 파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굴레트의 생각입니다. 중년의 쇠퇴라는 관점은 스스로를 자기 의심, 당황, 수치, 굴욕, 절망의 틀에 가두고, 늙어가는 몸을 젊게 만들기 위해 집착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책을 보면서 이제 ‘중년의 쇠퇴’ ‘중년의 우울’이라는 프레임에서 이제는 벗어나야겠다 싶었습니다. 

굴레트의 말처럼 ‘젊음은 우월하고 나이듦은 열등하다’라는 프레임 속에서 스스로 나이 든다는 걸 우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보니 좋은 점을 너무 간과해왔구나 싶습니다. 원래 긍정적이 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제 뇌 스스로 지금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이제는 제 뇌와 박자를 맞춰봐야겠습니다. (^^)



“우리는 스스로가 문화에 의해 노화되도록 허락했다. 인생을 단순히 ‘나이로 등급이 나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배웠다.”
“중년의 뇌는 삶에 대해 열광하고 좋은 것을 보기 위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p.s 뇌를 계속 발전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책에서는 성인기가 되면 뇌가 굳어진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성인의 뇌도 계속해서 발달한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결과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도 이야기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뇌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을지 다음번에 소개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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