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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위너코치 Nov 10. 2023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자세

친한 선배의 장례식장에서 1박 2일을 보내며

강의를 하던 중 전화가 왔습니다. 

친한 선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

갑작스럽게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고, 뇌로 전이된 지 한달여 만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공주의료원 장례식장



공주의료원에서 장례식을 치렀는데, 워낙 친한 선배라 1박 2일을 함께 보내게 되었습니다.

가족장으로 가까운 분들만 모시고 치르는 상이었는데, 걱정하며 내려갔는데 그래도 선배의 표정이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많은 분들과 만났습니다. 삶과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부터,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니가 최선을 다하면 안 아쉬울 걸


한 지인은 아픈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떡할까 걱정이 됐었는데,  누군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어서 마음이 편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이 순간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고. 그 말을 들으며 선배가 편안해 보였던 이유도 알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도 워낙 아버지를 잘 챙겨드렸고, 마지막 간병까지도 옆에서 보기 눈물 날 만큼 지극정성으로 챙겨드렸습니다. 요양병원에 모시는 차 안에서도, 평소 아버지가 좋아하는 과일이나 간식 같은 걸 꼼꼼히 챙겨드리더라고요. 

어떻게 슬픔이 없겠냐만은 그래도... 그렇게 최선을 다했기에, 편안하게 마음에서 떠나보낼 수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 선배의 마음을 다 알았는지, 입관식에서 만난 아버지의 표정은 편안했습니다.

선배가 아빠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에 울컥 했지만, 그래도 꽃으로 정성스럽게 꾸민 관 앞에 서서 인사를 드릴 때,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죽음 이후의 세상은 모르지만, 그래도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부모님을 떠나보낼 생각을 하면 두렵고 막막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냥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


삶이 있어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어 삶이 있습니다.

삶을 제대로 살았을 때 죽음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그래도 '오늘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자'고 마음을 먹어 봅니다.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이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

그러니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침대에서 깨어 눈 맞추던 식구, 정원에 울던 새, 어김없이 피던 꽃들……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 돌려보내요. 한국말이 얼마나 아름다워요.

죽는다고 하지 않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일기콘 547, 일상의 기록을 콘텐츠로 547일째 글입니다

(* 화목에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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