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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위너코치 Jan 18. 2024

수원시연화장에서 만난 죽음에 관한 시

시 한편이 막막한 슬픔을 달래줍니다

오늘 아침 일찍 수원시연화장을 찾았습니다.

친한 지인의 아버지 발인날이었거든요.


화장을 할 때 목놓아 우시는 어머니, 제가 보기에는 더이상 해드리기 힘들 만큼 최선을 다했음에도 아버지께 미안해하고 아쉬워하는 지인을 보며 막막한 슬픔이 올라왔습니다.






연화장 곳곳 비석에 새겨진 죽음에 관한 시들을 보며 마음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지인과도 나누고, 지금 마음이 힘든 분들하고도 나누고 싶어 몇 편 정리를 해봅니다.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죽음은 영원한 쉼표,


남은 자들에겐 

끝없는 물음표,


그리고 의미 하나, 

땅 위에 떨어집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따옴표 하나, 


이제 내게 남겨진 일이란 

부끄러움 없이 당신을 해후할 

느낌표만 남았습니다 


_ 김소엽,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갈꽃 같은 얼굴로

바람 속에 있었습니다


춥고 어두운 땅 밑에 누워

하얗게 사위어가는 당신이

지금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당신이


살아 있는 이들보다

더 깊고 맑은

영혼의 말을 건네 주십니다


당신의 말은 나비가 되어

나의 하늘에서 춤을 추고

그것은 또 꽃이 되어

내 마음밭에 피고

하나의 별이 되어

어둔 밤을 밝힙니다


_ 이해인, '가신 이에게' 중에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_ 천상병, '귀천'





최근 6개월 사이 친한 지인의 아버지 두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삶과 죽음이 한 세트로 언제나 옆에 있는 거구나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올 죽음 앞에 당황하지 않도록, 부끄러움 없이 먼저 보낸 사람들을 해후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좀 더 즐겁게 많이 나누며 살아가고 싶네요.




#일기콘 566, 일상의 기록을 콘텐츠로 566일째 글입니다 

(* 화목에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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