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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위너코치 Nov 30. 2019

마흔,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부터 기르세요

<마녀체력>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작가

[영감을 주는 인터뷰]


서점에 갔다가 눈에 띄는 책 한권을 만났습니다.

튼튼한 하체의 여성이 자전거를 번쩍 들고 책을 읽고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써 있는 제목 <마녀체력>(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30대 중반에 고혈압 판정을 받을 정도로 저질체력인 13년 차 에디터이자 주부였던 저자가 마흔에 운동을 시작하며 인생 반전을 이룬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책을 보자마자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고, 감사하게도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마흔에 운동을 시작, 트라이애슬릿(철인3종 경기를 하는 사람)으로 13년 이상을 살아왔다고 하는데요. 작은 체구에 단단해 보이는 몸, 직접 만난 이영미 작가에게선 건강한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체력이 길러지며 몸뿐 아니라 마음의 힘도 강해졌기에, 오십대 초반이라는 나이에도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마흔 이후,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그렇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체력부터 기르라고 이영미 작가는 말합니다.


#마흔 #오십 #나이든다는것 #새로운시작 #도전 #자존감 #멘탈

#체력기르기 #운동 #수영 #사이클 #달리기 #철인3종 #트라이애슬릿


10월의 어느 날. 홍대 책방 와우살롱에서. 인문공감 강의 후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도 작가님이 이용한 교통편은 자전거 !


Q 마흔에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삶이 신호를 보내올 때가 있잖아요. 그 신호를  포착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데요.


그 신호는 남편에게 먼저 왔습니다. 아이 초등학교 운동회날 ‘아버지 달리기’에 나갔다가 운동장을 한 바퀴도 못 뛰고 넘어진 거예요. 그게 상처였는지 남편이 생전 하지 않던 운동을 시작했어요. 

동네 마라톤대회에 가입하더니,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고, 수영 배우고. 그러더니 철인3종 선수로 살기 시작한 거예요.


저는 보고만 있었는데, 삶이 저에게도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저도 제 몸에 대해서 보게 된 거죠. 

일과 육아 살림을 하다 보니 결혼 후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람으로 살았거든요. 


친구들 부부와 지리산에 놀러가게 됐는데, 남편과 몇몇은 지리산을 오르는데, 저는올라가지를 못했어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죠. 젊을 때는 다 비슷했는데, 왜 지금 와서 누구는 지리산을 가는 사람으로 살고 누구는 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나?


출판사 에디터로서 지식은 채우고 있을지 몰라도 몸은 망가져가는 마흔살. 이게 제대로 사는 건가 싶더라고요.

 

Q 그 이후로 운동을 시작한 건가요?


예. 이제는 다르게 살아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제일 먼저 수영을 시작했어요. 그전에도 많이 시도했었지만 포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6개월은 배우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6개월을 배우고 느낀 게,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몸을 훈련할 시간을 줘본 적이 없었다는 거예요.


Q 책에 보면 조금씩 운동의 강도를 늘려가며 바다수영까지 도전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어떤 식으로 그렇게 발전한 건가요?


처음에는 25미터만 가도 힘들었어요. 어느 날 힘들어도 3미터만 더 가보자 하고 갔어요. 그런데 몸이 그걸 기억하더라고요. 

25미터만 가고 쉴 때는 “너는 25미터짜리 몸이야”하고 기억하면서, 그때쯤에 힘들어했다면 이제는 28미터짜리 몸이 된 거죠. 

그 후에 조금씩 더 늘려갔습니다. 50미터, 100미터 그렇게 하다 보니 나중에는 1키로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더라고요.

몸에 맞게 강도를 늘려가는 게 운동하는 방법이구나를 깨닫게 됐죠.


달리기에도 그 방법이 적용이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운동장 한 바퀴, 다음 날 두 바퀴, 다음 날은 세 바퀴 이렇게 늘려가다 보니 10바퀴가 되고 3키로 정도는 거뜬히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됐죠.


Q 그것만 해도 대단한데 어떻게 철인3종까지 도전하게 됐나요?


운동을 시작할 때 신호를 만난 것처럼, 또 한 번의 신호를 만나게 됐어요.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됐고 마라톤클럽에 가입해서 7개월 달리기 연습을 하고 마라톤대회 나가고, 그다음에 철인3종 경기도 출마하게 됐어요. 

그동안 30번을 신청해서 15번을 완주했습니다.


Q 놀라운 변화네요. 근데 그 변화를 기록한 책의 부제가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잖아요. 마흔이라는 나이를 이야기기한 이유가 있나요?


마흔살은 인생의 변곡점이잖아요. 지금까지는 이렇게 살았어도 앞으로 이런 삶을 계속 살 수 있을까? 이 직업을 계속 가질 수 있을까? 아이와 관계는 어떻게 맺을 수 있을까? 나의 정체성은? 

마흔이라는 나이에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제가 일을 계속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것도 두려웠고, 애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여성으로서의 성 정체성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그 모든 것들이 고민이었죠. 


그때 체력을 키웠기 때문에 오히려 오십이 되는 건 쉬었어요.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마흔에 지리산도 못 올라가던 제가 쉬흔이 넘은 나이에 몽블랑에도 다녀오고 노르웨이 3대 트레킹에도 도전해보고요. 


저도 마흔 이후의 삶이 이렇게 좋을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어요. 그때 체력을 길렀기에 가능한 삶이기 때문에, 마흔 즈음에는 꼭 체력을 길러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Q 체력이 마흔 즈음 겪게 되는 정신적 방황들도 많이 해결을 해준 거네요. 운동을 하면서 변화된 점을 말씀해주신다면요?


체력을 갖게 된 후에 변화가 너무 많은데요. 결혼해서 배추 두 포기도 못 들던 사람이, 지금은 혼자 사시는 어머니한테 쌀 20키로씩 들어다주는 육체적인 강함이 저한테 온 보너스고요.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변화예요. 내 몸이 아프고 안 좋을 때는 가족한테조차 관심이 안 생겨요. 

그런데 제가 강해지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지더라고요. 나에게 남는 에너지로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죠.


꾸준히 오랫동안 몸을 단련하면 나를 신뢰하는 자존감이 생겨요. 그 자존감이 내가 갖고 있던 콤플렉스,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걸 극복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 주더라고요. 


<미생>에서도 장그래에게 바둑 사범이 그러잖아요.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 먼저 길러라.”  


우울함, 나태, 분노 이런 것들은 체력이 안 따라가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나 왜 이러지” 싶을 때는 체력부터 길러보시면 좋겠어요. 


Q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드네요. 처음에는 운동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일단 걷기부터 해야죠. 걷는 게 기본이거든요. 

걷는 량을 조금씩 늘리다가 체력이 좀 붙으면 수영도 배워보고 달리기도 해보고요. 내가 재밌는 운동을 찾아서 하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운동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지금 시작해야 해요. 나중에 해야지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든요.


Q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분들도 많아요.


우선순위를 바꿔야 해요. 젊을 때는 미처 몰라요. 돈이 중요하고, 일이 중요하고 명예가 중요한데. 


저는 마흔살부터 우선순위를 바꾼 거 같아요. 저는 제 삶에서 더 중요한 게 뭘까를 항상 생각해요.  


내가 사는 게 더 중요하고, 운동이 더 중요하고, 내 행복이 더 중요하다면 거기에 맞춰서 시간을 조정을 하는 거죠. 우선순위를 바꾸지 않으면 평생 시간을 내려야 낼 수가 없어요.


Q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살고 계시나요?


50세에 출판사 에디터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강의, 글쓰기, 회사 고문 등등. 

회사 그만두면서 이제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라고 생각했고, 특별히 뭔가를 정하기보다 제가 재밌고 흥미가 느껴지는 일을 해나가고 있어요. 


Q  20년이 넘게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움은 없었나요?


두렵죠. 그런데 당장은 두려울지 몰라도, 오히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을 딱 놓는 순간 굉장히 자유로워지더라고요. 회사에 있었으면 결코 생각하지 못했을 새로운 기회, 새로운 능력들도 얻게 되고요.


나와서 처음에는 인생학교 강사를 선택했어요. 적은 강사료지만 강의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어요. 


<마녀체력>이라는 책도 퇴사를 안 했다면 쓸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첫 책이 나오고 반응이 너무 좋아서, 강연까지 하게 됐는데. 인생학교에서 연습했던 게 큰 도움이 됐죠. 

지금은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지금도 운동을 많이 하시나요?


체력 기르기는 외국어 공부하고 비슷해서 하다가 말면 도루묵이 되거든요.

최근에는 베드민턴을 배우고 있어요. 수영은 한 달에 4번 정도 하는데 한 번 할 때 2키로씩 해요. 

앞으로 탁구, 스킨스쿠버, 프리다이빙도 배우고 싶어요.


Q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요?


큰 계획은 없는데 다만 노라는 대답을 많이 안 할 생각이에요.

못해요, 안 해요 이런 말을 안 하면 제 앞에 굉장히 많은 가능성이 벌어지더라고요. 

노 하는 순간 아무 변화가 없고요. 노라는 말 대신에, 그래요? 한번 해볼까요? 라고 말하는 거죠.


이 인터뷰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많은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안 해도 되지만 하면서 이것을 통해서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나머지 삶은 그렇게 살고 싶어요. 어제보다는 나은 인간으로. 죽을 때까지 하루하루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사람으로요. 


Q 마지막으로 마흔 즈음의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두렵고 겁나는 일이지만 막상 겪어보면 그렇게 무서운 일은 아니예요. 

오십 넘으면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좋고요. 육십은 더 좋을 거 같아요. 


하지만 체력이 없으면 이 좋은 시간을 누릴 수 없기에, 지금부터라도 체력을 꼭 기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허약함을 극복하고 체력을 기른다면 훨씬 더 좋은 위치에 스스로를 올려놓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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