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다큐멘터리에 국정교과서가 없다
이름대로 지난 몇 년 간 논란이 되었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을 다룰 것 같지만 그런 다큐가 아닙니다. 좋게 말하자면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추진한 배경을 다룬다고 볼 수 있지만, 나쁘게 보자면 그냥 중구난방입니다. 국정교과서를 제목으로 꺼낸 다큐멘터리에 국정교과서를 정면으로 짚는 지점이 1/4도 안 됩니다.
물론 현재 역사를 놓고 벌어지는 문제가 단순히 지금 당장 벌어진 것은 아니죠. 계보학적이든, 사회학적으로든 풀긴 풀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방식이 단순히 감정에 치우쳐지며 핵심적인 주장이 희미해진다면 되겠습니까.
친일파 문제, 4.3 사건, 뉴라이트, 세월호 사건,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은 사건,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을 제시하며 감독은 흐름을 짚으려하지만 정작 사건은 '나열' 이상을 넘지를 못 하고 있습니다. 그냥 그 안에서 개별 사건에 대한 감정적인 접근을 무리하게 '이것이 국정교과서에 대한 배경이자 국민의 저항'이라고 선언만 할 뿐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려 역사학자나 역사교사 인터뷰를 여럿 가져오지만, 근거가 아니라 '썰'을 풀 뿐입니다.
특히 한홍구나 한상철의 언급은 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홍구는 한국의 역사가 '친일세력 대 민주세력'의 전쟁, 일본의 역사가 '극우 대 양심'의 전쟁이라며 사실에 잘 부합하지 않는 대립항으로 놓는 것은 물론 국정교과서 추진의 근원을 '촛불 시위에 청소년들이 나가 깜짝 놀라' 하게 된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한상철은 한술 더 떠 한국과 일본의 민족성을 운운하며, 무신이 장기집권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문치 정권에 유교 문화가 존재했기에 <조선왕조실록> 같은 국가기록물이 발전하고, 국민들이 저항도 많이 할 수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꺼내요. 이런 말들을 통해 감정적으로 든든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얼마나 단단한 기반을 가진 말입니까?
역사를 말하지만 결국 곰곰히 따지면 '가십'을 넘지 못하는 말들이고, 영화는 계속 그런 식의 이야기만 재생산하다 '촛불 청소년'에 대책없는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희망을 말하다 그냥 마무리됩니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은 분명 문제적인 사건이었고, 비판 역시 필요했죠.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방식이 그저 감정만을 고조시키고, 충실한 접근이 아닌 이분법적인 대립만 강조한다면 국정교과서만큼이나 위험하지 않을까요. 어떤 의미로는 국정교과서에 맞서 다시 극단적으로 이데올로그를 무리하게 모으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온 느낌이에요. 물론 현장 반응이 그랬듯 작품에 열광할 사람은 무척 많을 겁니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은 계속 나오겠죠.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