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은 강점이다
강력한 통찰력은 사람을 꿰뚫는 힘이 있다. 그것은 언제나 좋은 결과만 야기할까? 그렇지 않다. 때로는 통찰력이 없어야 할 때도 있다. 타인의 마음을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야 할 때가 있다. 통찰력이 없이 무모한 도전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온갖 위험한 상황을 미리 감지하고 알려서 사람들을 공포로 젖게 할 수도 있다. 강점이 약점이 될 수 있다.
똑똑함은 어떨까. 똑똑함은 보편적으로 좋은 점만 있는 것 같지만 또 그렇지만도 않다. 지능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면 지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과의 대화나 사고방식에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자신의 눈에는 쉽게 보이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답답함을 느낀다. 대화가 안 통하니 괴로움을 느낀다. 똑똑한 사람들 대하는 덜 똑똑한 사람들은 어떨까. 불편함을 느낀다. 때로는 두려움도 느낄 수 있다.
육체적으로 강인한 사람들은 어떨까. 육체의 강함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고강도의 운동을 하다 도리어 더 큰 부상을 입어 약해지기도 한다. 디스크, 관절, 척추, 근육 등 온갖 곳에 부상이 누적된다. 몸이 강인해서 강한 줄 알았더니 오히려 심장 질환, 간 질환, 혈관 문제 등이 심해지기도 한다. 강함을 얻은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오래 생존하기는 어렵게 됐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눈물이 많은 사람을 연약하다 보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연약하기만 해서 나쁜 것일까? 꼭 그렇지 않다. 감수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많다. 우리는 언제나 기계적으로 회사에서 업무 그리고 업무만 하면서 사는 인간이 아니다.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강인한 의사의 손길도 필요하지만 함께 슬픔을 나눠줄 친구와 연인, 가족이 필요하기도 하다.
사이코패스는 나쁜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타인의 고통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곤 한다. 이런 캐릭터가 인류에 멸절되어야 하는 특징이었다면 아마 생존하기 어려웠겠지만 계속해서 살아남는다. 왜? 타인의 고통을 못 느끼는 대신 발달한 다른 감각을 통해. 그리고 낮은 공감 능력으로 인해 피를 보거나 공포 상황에 놓여도 미동을 하지 않기도 한다. 의사가 환자의 고통에 공감해 피부를 자를 때마다 자신의 살을 자르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면 치료를 제대로 하기 힘들 것이다. 연습용 마네킹을 다루듯 감정의 동요 없이, 뿜어져 나오는 피와 망가진 혈관을 보면서도 초연할 수 있다면 죽기 직전의 환자도 살려내는 명의가 될 수 있다.
강함은 약함이 되고, 약함은 강함이 된다. 그 어떤 사람도 모든 면에서 강하고 완전하고 훌륭하기는 어렵다. 약점을 약점으로만 보고 약점으로 단정하는 것은 약점에 대해 단 한 가지 부정적 통찰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사람의 천재성은 비정상적으로 특출 나고 찾아보기 힘든 재능 하나로 발현되는 게 아니다. 사람마다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조합되어 발현되었을 때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을 찾아내면 그것을 '천재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꼭 공부를 잘해야만 천재고. 악기를 잘 다뤄야만 천재고. 춤을 극단적으로 잘 춰야만 천재고. 결국 돈벌이가 되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만 가치를 부여하곤 하지만 천재성은 여러 형태로 발현될 수 있고 조합되어 나타날 수 있다. 인생은 성적순도 행복순도 아니다. 애초에 인생에는 등수가 없다. 등수도 없는 것에 등수를 매기는 것은 어리석다. 하나의 특성을 하나의 관점으로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개개인이 찾아야 할 것은 나의 약점을 바꾸는 게 아니다. 바꾸기 힘든 약점을 오히려 이용해 강점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뿐이다. 그것이 현명한 방법이지 내가 가진 본성과 기질.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되는 것과 끌리는 것을 억지로 바꾸면서 무언가를 하지 말자. 내가 가진 온전한 특성을 유지하며 모든 특성이 빛을 발할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각자의 인생이 죽는 날까지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찾아줄 수 없고, 오직 당신만이 그것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