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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23. 2022

나사로

죽음에서 부활한 사람

나사로의 부활 (장 주브네, 1706년)

성경에 나사로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나사로가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을 때 나사로의 가족들이 와서 예수님이 빨리 와서 고쳐달라 요청합니다. 그때 사람들은 예수님이 모든 병을 낫게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죽은 자를 살린다고는 믿지 못했습니다. 그랬기에 다급하게 예수님이 와서 고쳐주기를 요청했지만 안타깝게도 나사로가 죽고 나서야 그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의 가족들은 예수님께 원망과 동시에 고쳐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아마도 그건 슬픔에 찬 절규이자 마지막 희망을 잡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예수님은 우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나사로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인기는 대단했기에 그의 기적을 보러 온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그를 미워하는 이들은 드디어 건수를 잡았다며 "죽은 자 보고 잔다고 하는구나"하며 즐거워했을 겁니다. 


예수님은 무덤으로 가 나사로를 풀어주라 말합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몇 미터나 되는 바위를 굴려 입구를 막았기 때문에 이를 열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필요했을 겁니다. 주변에 비웃는 사람들과 낑낑대며 돌을 미는 사람들이 섞여있을 것이고, 슬픔에 울고 있는 소리도 있었을 겁니다. 무덤 문이 열리고 나사로를 묶은 천과 수건을 풀어주자 나사로가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사로는 죽음에서 돌아온 첫 번째 사람이 됐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나사로라는 인물의 미래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는 죽음도 알고, 동시에 삶도 아는 첫 번째 인간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적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더 이상 믿음도 필요 없습니다. 이미 경험한 사실을 믿는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사로는 기적의 주인공이자 증거로 살게 됩니다. 그가 되살아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 전역엔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으로 알려질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었는가? 실제로 죽었는가? 를 물으러 왔을 겁니다.


그의 인생은 그전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와 상관없이 죽음과 부활로 완전히 변화했습니다.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험을 했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큰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나사로라는 사람이야말로 제게 가장 큰 힘이 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기독교를 믿고 안 믿고 와 상관없이, 실제로 부활을 했던 안 했던 상관없이, 그의 이야기는 제게 이런 의미를 줍니다. 


'죽음과 같은 끔찍한 일로 인해 부활이라는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했다. 죽음이 없었다면 부활도 없었고, 나사로는 기억되지 않았을 것이다.'


삶에서 죽음 같은 순간은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찾아옵니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힘들고, 의지할 곳이 없어서 신과 같은 존재가 나타나 삶을 구원해주길 바라기도 합니다. 그러다 죽음이 찾아왔을 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죽음 이후는 없기에 비통해하고, 슬퍼하고, 끝났다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죽음 후에 올 부활 같은 삶을 저는 꿈꾸며 삽니다. 여러 가지 형태에 죽음이 찾아오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내가 꿈꿔온 꿈과 목표가 죽기도 합니다. 그러나 죽음이 있어야만 부활이 있고, 부활이 있다면 나사로처럼 기적의 주인공으로 살게 됩니다. 그리고 부활을 경험한 사람은 죽음 이후를 아는 것처럼, 죽음 같은 상황에 있었던 사람은 부활했을 때 그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저는 부활을 꿈꾸며 삽니다. 무덤에서 일어나 걸음마를 떼는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창업자들의 무덤인 청년사관학교와 스타트업 밸리들을 벗어나 살아난 나사로처럼 사는 기분이 듭니다.


지금은 다른 이름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나중에 꼭 나사로(Lazaros)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죽음의 문턱에 있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고, 그들이 부활해 세상에 빛으로 기여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죽음이 필연적인 것처럼 어쩌면 원하는 길로 가기 위해선 죽음 같은 시간을 필연적으로 지나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 길을 지나고 나면 곧 죽음 속에서 삶의 의미와 부활의 순간도 경험할 겁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저는 죽음의 맛을 조금은 아는 것 같은데, 그래도 부활한 이들과 함께하는 게 참 좋습니다. 주어진 운명을 이겨낸 보석 같은 사람들을 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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