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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Oct 22. 2022

저승사자

강해 보이는 것과 진짜 강한 것

여의도와 강남, 삼성동과 도산대로에 즐비한 건물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오가며 사람들을 만났다. 푸른 창으로 뒤덮인 건물 속에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자리에 만족하고 있을지 몰라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무능함이나 부족함이 알려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여러 회사의 기술 고문으로 일한다는 것은 그렇다. 내 일 중 하나는 얼마나 개발자들이 안일하게 개발했고, 무책임하게 개발했는지를 사람들에게 밝히는 일이다.


지적을 받을 때 사람의 완성도가 나타난다. 방어를 할 때 감정이 섞이는 사람들은 그때는 주도권을 가진 것 같아도 지나고 나면 감정 사이에 담긴 단어들의 모순들로 얼마 지나지 않아 망신을 당한다. 지적을 반영해 조언을 요청하는 조직이 단단하다.


베트맨의 아버지가 박쥐를 두려워하는 브루스 웨인에게 ‘박쥐가 널 두려워 하기에 소리를 지르며 공격하려고 한 것’이라 말한 것처럼 두려운 대상에게 살아남기 위해 처절히 방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강자인 것 같아도 그들은 약자이다. 강한 사람들은 조언을 피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 운동선수들이 왕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아도 그들의 코치 말에 절대복종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훈련한다. 죽을 것 같아도 뛰라면 뛰고, 먹으라면 먹고, 죽으라면 죽는시늉이라도 하면서 따른다.


코치의 말을 듣지 않고, 감독의 말을 듣지 않고, 최고의 레벨에 올라간 선수는 없다. 사람이 되기 위해선 곁에 수많은 코치를 두어야 한다. 배움을 애진작에 멈춘 산송장들에게 나라는 사람은 저승사자처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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