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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나의 희망

2024. 7. 30.

by 한상훈

오늘도 흠뻑 젖어버린 몸으로 늦은 밤을 맞았다. 숨 가쁘게 살아온 하루를 돌이켜 보면서 좋은 소식들과 도전들과 갈등들이 선선히 흩어졌다.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하여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시작이면서 동시에 끝을 향하고 있다. 결승선에 다다른 마라토너의 기분일까. 아니면 30km를 지나고 느끼는 러너스 하이일까. 고통스러운 삶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오르락내리락. 그렇게 전력으로 뛴 하루가 끝나고 나면 땀에 젖어 숨을 고르는 한 남자가 있다.


감사하게도 나에겐 피보다 진한 형제들이 있다. 전생이 있다면 함께 전장에서 싸웠던 전우였을까. 피보다 진한 영혼을 나누며 형제들과 나는 함께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나는 승냥이처럼 먹잇감을 노리고, 오랫동안 그를 뒤쫓았다. 그들의 사냥 방식, 그들이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 그들의 병력, 그들의 참모진, 그들의 본진이 어디인지까지도.



오션스일레븐에서 모든 일이 끝나고 오션과 그의 일당은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앞 거대한 분수 앞에서 멍하니 승리를 만끽했다. 그때 드뷔시의 달빛이 잔잔하게 울린다. 모든 일이 끝나 평화를 찾고 나서, 한 명씩 자신의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돌아갔다. 서로에게 형식적인 인사도 필요 없었다. 그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을지도. 인사로 필요 없을 만큼 가까웠을지도.


피보다 진한 운명을 믿는 나에겐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희망을 품고 있다. 그리고 나를 믿어준 모든 이들에게 이번 연도가 끝날 무렵에는 다 같이 뉴욕으로 가서 우리의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 새해를 기리는 마음으로 전 세계의 중심인 곳에서 우리의 승리와 그동안의 힘겨웠던 전쟁을 기념하고 싶다.


나의 전쟁은 선명해져 왔다. 적의 목덜미는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그들의 목덜미를 한 번에 물어뜯을 날카로운 이빨과 담력이 있어야 했다. 완벽해야 했다. 내 인생을 걸고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승리하고 싶다. 여기까지 싸워오면서 함께 피 흘렸던 전우들과 함께 승전보를 울린다. 우리의 승리는 크고, 나 혼자만의 승리가 아닌 함께 한 모든 이들의 승리일 것이다. 지옥 같은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우리 모두를 기념하며.


Ocean's 11 Fountain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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