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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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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Nov 15. 2024

아프지 않은 사진

2024. 11. 15.

한 때는 페이스북이며 인스타그램을 많이도 했다. 학교 생활이나 갔던 멋진 곳들. 오래간만에 먹은 맛있는 음식이며 생각들을 끄적여두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도 그것이 과거의 인연들에게 좋은 감정을 주진 않나 보다. 잘된 것은 질투하고, 힘들었던 것은 퍼진다. 눈에 뻔히 보이는 약점을 스캔해 과거의 인연이라는 이들이 먹잇감으로 쓰는 꼴을 보는 게 아팠다.


그렇게 모조리 지우고 나니 모든 게 부질없었다는 게 느껴졌다. 부질없었다. 상대의 성공이 즐거우려면 그 관계에서 열등감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개천에서 올라온 나에겐 주변에 개구리 동지들이 가득했나 보다. 여전히 개천에서 놀고 있는 이들에게 나 같은 인간이 바다로 향해 죽을동말동 발버둥 치는 꼴도 노력하는 모습도 모든 게 보기 싫었나 보다.


사진이 아닌 글은 이래서 좋다. 요즘 사람들은 글을 읽는 법을 상실해 간다. 글을 진득하게 5분이라도 읽을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책을 한 권도 안 보는 국가에서 고작 1000자쯤 되는 글도 여유를 가지고 읽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나는 내 삶을 글로만 표현한다. 사진도 더 이상 필요가 없다. 아름다운 사진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지만 그것으로 아파할 개구리들을 생각해 공유하지 않는다. 그게 배려였다.


뭐가 그리 아픈지. 살려고 발버둥 치는 인간을 보면서도, 이제 조금은 숨을 돌리는 인간을 보면서도, 그저 다른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이 그렇게 아픈가 보다. 다른 세상도 여전히 아픈 곳이다. 한국을 떠나면 천국이 있을까. 그곳에서도 살아남으려면 그곳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멈춰서 있는 수많은 아픈 이들과 개천에서 고여 그곳을 마치 감옥인 양 느끼는 이들. 감옥은 누가 만든 것일까. 누가 그들에게 그곳에 평생 살라고 강요했는가. 아마도 강요받은 적도 그렇게 꼭 살아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 결정을 하고 도망가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자신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한다. 언제나 그렇다. 분노할 필요가 없는 이들의 분노는 자신에게 응당 향해야 할 분노가 길을 잃었을 때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아프지 않은 사진만 올리려 한다. 그들이 읽지 못할 글로 이야기하고, 그들이 듣지 못할 긴 이야기로 소통한다. 그게 내가 그들을 향한 배려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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