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을 따라 걸으며 세상을 만나다
'부엔 까미노'. 좋은 길이 되라는 뜻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에서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고 헤어질 때 주로 사용하는 인사말이다. 드넓은 들판 길과 푸른 하늘이 끝없이 이어지는 순례길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많은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여행 코스이다. 순례길을 걸으며 스페인의 아름다운 자연 감상은 물론,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으며, 동시에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거나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등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스페인 여행을 계획한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의 일부 혹은 전체 코스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스카이스캐너에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의 대표적인 3가지 코스 및 여행 팁을 소개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가장 좋은 시기는 햇빛이 뜨겁지 않은 시기인 5~6월의 봄과 9~10월의 가을이다. 특히 봄은 온화한 기온과 함께, 아름다운 꽃들과 푸른 새싹이 피어나는 모습을 즐길 수 있어 순례자들에게 사랑받는 시기이며, 가을은 금빛 들판을 만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휴가철인 여름 시즌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자. 산티아고의 여름은 우리나라처럼 습하지 않고, 낮이 길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크리덴시알(Credencial)은 순례자들의 여권으로 소지자가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도구이다. 또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스탬프를 찍고, 콤포스텔라에서 본인이 실제 완주했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다. 2유로의 발급 비용이 발생하고, 순례자 여권 발급 가능 지역은 생장 피도포트를 비롯한 코스별 주요 여행지에서만 가능하니 미리 체크하자! 외딴곳에서 여정을 시작한다면 한국에서 미리 발급받길 추천한다.
알베르게(Albergue)는 순례자를 위한 전용 숙소로 크게 공립과 사립으로 나눌 수 있으며, 크레덴시알 소지자만 이용할 수 있다. 공립은 1박에 약 5유로 내외로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가격은 사립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립 알베르게의 위치를 미리 확인하여 일정을 계획하면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알베르게는 일반 호스텔과 같은 형태로 2명~10명이 함께 방을 쓰고, 화장실과 주방을 공유하기 때문에 함께 투숙하는 동료 순례자들과 음식을 해 먹으며 가까워질 수도 있으니, 참고해서 준비해보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서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여행을 시작할 때 이 세 가지만큼은 반드시 챙기길 바란다. 첫째, 여행자 보험이다. 기나긴 여정이니 만큼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모르며 실제 도난 사고도 많기 때문에,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다면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슬리퍼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기나긴 길을 걷고 나면 발과 무릎은 아플 수밖에 없으며, 물집도 쉽게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숙소에서 갈아 신는 슬리퍼는 고생한 내 발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셋째, 베드 버그 약이다. 하루 종일 길을 걸은 사람들이 함께 투숙하는 알베르게에는 항상 베드 버그의 위험성이 뒤따르기 때문에 베드 버그 약은 반드시 챙기길 추천한다.
프랑스 길은 프랑스 남부 지역인 생장 페이드에서 시작하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길로, 약 800km에 이르는 구간이다. 이 길은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을 지나는 코스로, 우거진 숲과 드넓은 평야, 계곡과 산맥 등 다양한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이 길은 매년 약 18만 명이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가장 대표적인 코스이기 때문에, 외롭지 않게 갈 수 있으며 알베르게를 찾기도 수월한 편으로 입문자에게 가장 적합하다. 프랑스 길의 출발점인 생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파리에서 기차를 타는 방법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파리 여행을 즐긴 후 이동할 수 있는 것도 프랑스 길만의 매력이다.
파리 - 생장 기차 예매 사이트 : https://en.oui.sncf/en
은의 길은 스페인 남부의 세비야에서 시작하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길로, 약 1,000Km에 이르는 구간이다. 이 길은 스페인 남북을 횡단하는 코스로, 스페인의 크고 작은 소도시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 은의 길은 로마 시대에 광물자원과 농산물 등을 수송하기 위해 건설되었던 포장도로로, 메리다, 살라망카 등을 지나며 로마의 유적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코스의 경우, 한국인이 거의 없고, 순례자들이 적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혼자 사색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코스이다. 스페인의 소도시에서 낭만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스페인 은의 길만의 매력이다.
포르투갈 길은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시작하여 포르투를 거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길로, 약 630Km에 이르는 구간이다. 이 길은 프랑스 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순례자들이 이용하는 코스로, 짧은 거리와 함께 소박한 분위기의 마을과 바닷길을 걷는 것이 이 코스의 큰 특징이다. 또한 스페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지갑이 얇은 여행객에게도 적합하다. 특히 포르투갈 길 구간 중 포르투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이어지는 구간은 포르투갈 길의 하이라이트 구간으로, 약 13일간의 일정으로 걸을 수 있어 순례자의 길의 긴 여정이 부담스러운 여행객에게는 이 구간만을 걷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