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는 것
신애는 강아지 일을 비롯한 모든 일에 예민하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 뾰족한 끝은 주로 가까운 가족들에게 향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를 본 건 동생과 엄마였다.
신애는 엄마가 동생을 조금이라도 챙기는 날에는 금방 마음이 상했다. 엄마가 동생을 더 예뻐하고 사랑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들이었는데, 어느 날은 엄마가 아팠다. 신애와 싸우고 난 뒤였다. 신애는 엄마를 위해 엄마가 좋아하는 육개장을 사 왔다. 자전거를 타고 가서 식지 않게 보온가방에 고이고이 모셔서 가져온 육개장이었다. 엄마는 화가 나 먹지 않겠다고 했다. 신애는 사과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무룩해졌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엄마가 육개장을 조금 먹고 나서야 기분이 풀렸다. 그런데…….
"그걸 왜 주다애를 줘?!"
엄마 먹으라고 사온 육개장을 혼자 자취하는 동생에게 쥐어주는 걸 보고는 화가 났다. 신애는 쪼잔하고 속 좁은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동생에게 그 육개장을 주고 싶지 않았다. 동생은 언니 눈치를 한 번 보더니 한숨을 쉬며 '안 먹어.' 짧게 말하고 가버렸다.
이런 식이었다. 신애는 엄마와 자신 사이에 동생이 있는 모든 상황을 질투했다. 그렇다고 엄마와 둘이 있을 때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것도 아니었다. 신애와 엄마는 산책을 하면 중간에 꼭 싸우고 돌아왔다.
"그래서 내 탓이라고?"
신애가 또 말꼬리를 잡는다. 엄마는 무언가 말을 더 하려다 입을 다문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내내 말꼬리를 잡는 신애 때문에 진절머리가 난다.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
"엄마는 공감능력이 없어."
뭐가 그렇게 서운한 게 많은지, 동생을 좀 더 챙겨줬다고 서운해하고, 살을 빼라고 했다고 서운해하고, 잠을 줄이라고 했다고 또 서운해하고, 음식을 해줘도 반응이 없다고 서운해한다. 그러다 결국엔 그 이야기를 한다.
"엄마는 내가 힘들다고, 죽고 싶었다고 했는데 외면했잖아."
결국 그거였나. 또 그 이야기를 꺼낸다.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그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을 했는데도 신애의 그 서운함은 풀리지 않는다. 엉엉 울며 소리치는 신애를 바루와 오루가 멀뚱히 바라본다. 즐거워야 할 산책 중에 이 무슨 날벼락인가. 당황스럽다.
엄마는 저만치 먼저 걸어간다. 그 뒤를 신애가 터덜터덜 힘없이 걷는다. 엄마는 그만 얘기하고 싶다고 온몸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신애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엉키고 만 관계에 목마름을 느낀다. 그냥 좀 안아주면 되는데,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으로는 못된 말들만 나올 뿐이다.
방으로 들어가 누워있는 엄마 옆에 신애가 살며시 앉는다.
"엄마……."
"……."
엄마는 답이 없다. 등진 엄마의 모습에 불안감이 커진 신애는 훌쩍이며 한 번 더 엄마를 불러본다.
"엄마……!"
엄마는 눈길도 주지 않고 아무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목소리에는 흐느끼는 울음이 섞여있다.
"엄마 너무 지쳤어……. 도대체 왜 그래……."
신애는 덜컥 겁이 난다.
"엄마, 나 포기하지 마……. 엉엉엉……."
여전히 등 돌리고 누워있는 엄마를 향해 울어보지만 소용이 없다. 신애는 혼자 눈물을 닦아내고 방에서 나온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신애는 어두운 방 안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쓴다. 소리 내어 울다가 눈물이 마르고, 방문에 걸린 옷걸이를 바라본다. 목을 매다는 상상을 한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나는 죽는 게 나아.'
하지만 실행할 용기는 없다. 그저 깊은 잠으로 빠지는 수밖에.
그 무렵 엄마의 백혈구 수치가 2천대로 떨어졌다. 정상수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다. 엄마는 기력을 잃었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를 달고 살았다. 아무래도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았다. 정말로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것이었다.
신애가 집에 내려온 지 어언 1년, 신애의 우울과 불안은 엄마를 병들게 만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엄마가 죽을지도 몰라.'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신애는 결단을 내렸다. 정신과 상담을 받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