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쿨가이 - 8
시애틀은 벌써 겨울로 접어든 느낌이다. 슬슬 비 오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기온도 부쩍 떨어졌다. 그래도 해가 뜨는 날에는 어김없이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다. 계절이 바뀌기 전에 글을 마무리하려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간 여름 여행에 대한 글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행 관련 글로 인해서 이미 서랍에는 밀린 글들이 가득하다.
지난 이야기에서 계속.
시애틀에서의 넷째 날이다. 넷째 날은 시애틀에서 진정한 관광지라고 불릴 수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근처를 구경하는 일정이었다. 관광지답게 넘쳐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세 번 정도 간 것 같은 데 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길가는 사람들과 지나가는 차량들로 항상 혼잡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한국의 재래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먹을거리, 기념품 등 수많은 품목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판매되는데 실제로 사본 것은 하나도 없다. 마트보다 가격이 싼지는 사실 여기서 물건을 사야겠단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시애틀에 오면 한 번은 들러야 된다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기에 가족들과 함께 마켓을 구경하였다.
마켓 구경을 마친 후에는 마켓 근처 포스트 앨리 (Post Alley)에 있는 껌 벽으로 향했다. 껌 벽은 말 그대로 껌으로 가득한 벽이다. 형형색색의 껌들이 벽에 붙어있는데 사진을 찍을 시에는 알록달록한 배경으로 보여서 예쁘게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껌 벽을 보면은 조금은 더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껌들로 가득하다.
다음으로 스타벅스의 도시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으로 향하였다. 스타벅스 1호점 내부에는 앉을자리가 없다. 특별한 점이라면 스타벅스 1호점만의 로고를 사용한다는 점과 그 로고가 그려진 물통, 물컵 등의 상품을 판다는 점이다. 실제로 스타벅스 1호점은 다른 곳에 있었으나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이 곳이 스타벅스 1호점이 되었다.
스타벅스 1호점에서 커피와 기념품을 산 후 점심 식사를 한 후 시애틀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향했다. 시애틀 프리미엄 아울렛은 차로 약 50분 정도를 달려야 갈 수 있다. 미국 아울렛의 특징은 미국 브랜드는 한국보다 보통은 싸게 살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품목들도 있지만. 아울렛을 끝으로 넷째 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다섯째 날은 시티패스의 마지막 일정인 우드랜드 파크 동물원 (Woodland Park Zoo)으로 갔다. 시티패스를 구입하면 시애틀 관광명소들 중에서 다섯 군데를 방문할 수 있다. 각각 방문하게 될 경우보다 가격이 저렴하며 그렇게 우리가 방문한 곳이 스페이스 니들, 퍼시픽 사이언스 센터, 아고시 크루즈, 아쿠아리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드랜드 파크 동물원이었다.
우드랜드 파크 동물원을 방문하면 정말 자연 친화적이라는 느낌부터 들게 된다. 넓은 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 그 넓은 공간에서 동물들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가 4월이었는데 그때는 모든 동물들이 나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름에 방문했을 때는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회전목마도 탑승하였다.
아이들은 어느 동물원이든 좋아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빠가 된 뒤로 갇혀있는 동물들이 안쓰러워서 동물원을 조금 꺼린다. 우드랜드 파크 동물원이 한국의 동물원에 비해서는 조금 더 자연친화적으로 되어있지만은 그래도 갇혀있는 동물들을 보면은 조금은 마음이 아프다.
우드랜드 파크 동물원에서 반나절 이상을 보낸 후 아마존 스피어 (The Spheres)로 향했다. 아마존 스피어는 아마존에서 만든 일종의 간이 식물원이다. 그 안에는 사무 공간도 있고 커피숍도 있다. 제프 베조스가 공공에 개방한다고 하였다는데 실제로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아마존 직원일 경우는 한 번에 여섯 명의 손님을 대동할 수 있다.
스피어 내부에는 많은 식물들과 몇몇의 물고기가 있는데 어떤 식물이 서식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았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스피어에는 벌레잡이 통풀 (Tropical pitcher plants, 네펜데스, Nepenthes)이 있는데 내 기억으로 실제로 본 것은 스피어에서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날은 보잉 퓨처 오브 플라이트 (Boeinig Future of Flight Museum)으로 향했다. 보잉 퓨처 오브 플라이트는 보잉 항공기의 미래를 볼 수 있으며 실제 보잉 여객기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로는 특정 키가 넘지 않으면 관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조카 한 명과 아들은 내부를 탐방할 수 없었다. 총 8명 중에서 아이 둘과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어른 둘을 제외하여 4명이 남았다. 하지만 두 번째 문제로 예약을 하지 않아서 다음 투어는 오후에나 가능했다. 그래서 결국 공장 내부 투어는 포기를 하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갤러리에는 현재 보잉의 여객기들에 대한 내용이 전시되어있다. 또한 몇 가지 몸으로 하는 게임이 준비되어있다. 이를 테면 새가 되어서 하늘을 날아보는 시뮬레이션 같은.
보잉 퓨처 오프 플라이트를 떠난 후에는 스노퀄미 폭포로 향했다. 스노퀄미 폭포는 상부와 하부에서 구경을 할 수 있고, 상부와 하부를 오고 갈 수 있는 트레일도 있는데 그 앞에는 노약자는 내려갔다가 못 올라올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과 곰과 쿠거 (퓨마)가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무시무시한 푯말이 있다.
스노퀄미 폭포의 낙차는 나이아가라 폭포보다도 크다고 한다. 실제로 비가 온 뒤에 물이 많을 때는 떨어지는 폭포가 만들어내는 물로 마치 비가 오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상부에서는 스노퀄미 폭포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하부에서는 스노퀄미 폭포가 만들어내는 전력에 관한 설명을 조금 더 볼 수 있다.
스노퀄미 폭포를 끝으로 시애틀에서의 일정을 모두 끝이 났다. 여행의 절반은 날씨에 달렸다고 생각을 하는데 여행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시애틀 (정확히는 시애틀 및 근교)에서 여행을 하는 중간에 레이니어 산과 포틀랜드도 여행을 갔었는데, 이 부분은 다음에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