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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러캔스 Oct 16. 2019

9화. 여름 여행 - 레이니어산

시애틀 쿨가이 - 9

어느덧 10월 하고도 중순이 다 되었다. 그동안 시애틀의 일기예보는 계속해서 빗나가서 비가 온다고 한 날에는 비가 오지 않고,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한 날에는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래도 여름에 여행을 갔을 때와 비교해보면 기온은 어느 날은 초겨울 같이 춥고 해는 벌써 많이 짧아졌다. 그리고 여행이 끝난 지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아직 여름 여행에 대한 내용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이야기에서 계속.

6화. 여름 여행 - 시애틀 (1)

7화. 여름 여행 - 시애틀 (2)

8화. 여름 여행 - 시애틀 (3)


시애틀 여행을 하는 중간에 시애틀에서 유명한 레이니어산을 갔다. 레이니어산은 날씨가 좋은 날 남서쪽을 바라보면 마치 합성한 것처럼 산이 보인다. 그리고 산은 항상 눈으로 덮여있다. 레이니어산은 시애틀에서 대략적 170km 되는 거리에 있고, 차로 2시간 30분 정도를 달리면 도착한다.


레이니어산은 항상 자신의 모습을 다 볼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갔다 온 사람들에 의하면 너무 좋았으나 날씨로 인해서 정상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어떤 분에 의하면 가는 길에 주유소가 없기 때문에 가기 전에 반드시 기름을 꽉꽉 채워서 가야 한다고 하셨다. 물론 가는 길에 시애틀보다 기름을 더 싸게 넣을 수 있는 주유소를 많이 봤다.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당연한 얘기지만 주유소가 없다.


구글 지도에서 레이니어산을 목표로 길안내를 하게 되면은 여러 군데의 방문 안내소를 볼 수 있다. 우리는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 판단되는 파라다이스로 향했다. 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지나서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키 높은 나무가 울창했다. 이런 길을 지나갈 때마다 미국 사람들은 남이 살고 있던 영토를 침범해서 참으로 축복받은 땅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레이니어산을 갈 때도 동일한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는 한국으로 따지면 휴게소로 보이는 곳이 몇몇 있다. 그곳에서는 무료로 과자와 커피를 제공하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잠시 쉬었다가는 곳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휴게소는 역시 한국만 한 곳이 없는 것 같았다. 참고로 레이니어산 도착을 얼마 남기지 않은 곳에서 화장실을 들렀는데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역시 휴게소는 한국이 최고다.


국립공원에 들어갈 때는 차량당 요금을 지불하였다. 우리는 한 대로 움직였기 때문에 한 대에 대한 요금을 지불하였다. 그렇게 레이니어산 파라다이스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은 만차였다. 평일임에도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주차할 곳이 없었다. 가족들을 먼저 내려준 후 주차장을 약 5바퀴 돌았을 때 드디어 자리가 하나 생겼다.

날씨가 굉장히 좋아서 정상이 훤히 보인다.

레이니어산에 우리가 갔을 때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하늘 밑으로는 눈 덮인 레이니어산 정상이 보였고, 그 밑으로는 초원이 보였다. 사실 가족들이 미국에 오기 전에 레이니어산은 시애틀보다 추울 수 있기 때문에 따뜻한 옷 한 벌을 가져올 것을 신신당부하였다. 그리고 그 당부는 무안함으로 바뀌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햇볕은 우리를 따갑게 비췄다. 그리고 내 살들을 그렇게 타들어갔다.


점심은 미리 준비한 도시락과 파라다이스 방문객 안내소에서 판매하는 음식으로 요기를 채웠다. 먼 길을 왔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정상만 보고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산을 조금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생 조카와 부모님과 함께 산을 올랐다.

등산 코스를 제공한다.

말이 등산이지 그냥 뒷산에 올라가는 정도의 가파름이었다. 수많은 코스 중에서 왕복 약 35분 정도 걸린다는 폭포로 향했다. 가는 동안 시원한 바람이 불었지만 더웠다. 폭포까지 간 후에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조금 더 올라가 보았다. 조카는 눈이 있는 곳까지 가보고 싶다고 하였지만 무리였다.

트레일 코스에는 초원이 펼쳐진다.

어느 정도 올라가서 맑은 공기를 마신 후 다시 파라다이스 방문객 안내소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벼웠다. 그렇게 방문객 안내소로 도착했을 때는 안내소에 남겨진 아들과 조카, 그리고 아내와 누나는 그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먹을 것에 조용히 있었다.


안내소로 돌아온 후에는 음료를 한 잔 마신 후 시애틀로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사실 돌아가는 길에 리플렉션 호수 (Reflection Lake)에 들렀다 가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조금의 한계가 왔고 결정적으로 레이니어산은 전파가 잘 터지지 않아서 구글 지도를 이용해서 길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프라인으로 지도를 다운로드하여갈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차량에 내장되어있는 내비게이션이 있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찰나 차량용 내비게이션도 데이터가 필요한지 동작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왔던 길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리플렉션 호수는 지나쳐버렸다. 그렇게 2시간 30분 이상을 다시 달린 후 시애틀에 도착하였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시간을 갖고 조금 더 많이 보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날씨 좋은 날 정상을 바라보고 온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지만 트레일을 따라서 좀 더 걷다가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아마도 아이가 조금 더 크면 그때는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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