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쿨가이 - 10
벌써 12월이 되었다. 해가 짧아지고 시애틀의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질수록 여름에 강렬했던 햇살과 푸른 하늘이 더욱 그리워진다.
지난 이야기에서 계속.
가족들이 머나먼 미국으로 왔기 때문에 시애틀에서만 시간을 계속 보내게 할 순 없었다. 그래서 레이니어산에 이어서 선택한 곳은 포틀랜드였다. 포틀랜드에서 2박 3일을 묵기로 결정한 후 포틀랜드 근방에 갈만한 곳을 찾다가 아스토리아와 캐논 비치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아스토리아 (Astoria)와 캐논 비치 (Cannon Beach)가 목적지가 되었다.
레이니어산을 왕복으로 하루 만에 운전한 탓에 허리 디스크가 재발한 듯싶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가 아파서 일상적인 생활이 불편할 정도였다. 하지만 예약해놓은 숙소도 있고 일정도 있어서 계획한 아스토리아로 향했다. 물론 운전은 아내가 하였다. 아스토리아까지는 대략 3시간 이상이 걸렸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출발했는데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관광을 하기 전에 아스토리아 시내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였다.
사실 아스토리아라는 곳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진 않았다. 개척자들의 도시이며 역사적인 도시, 그리고 워싱턴주와 오레곤주를 가르는 콜롬비아 강이 흐르는 항구 도시. 이게 내가 살펴본 전부였다. 그리고 아스토리아에서 유명한 아스토리아 컬럼 (The Astoria Column).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아스토리아 컬럼으로 향했다.
아스토리아 컬럼으로 가면 워싱턴주와 오레곤주의 경계를 직접 볼 수 있다. 그리고 탑을 올라 더 높은 곳에서 경치를 바라볼 수 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탑을 오르는 것에 구미가 당기진 않았다. 그래도 가족들은 탑을 올라갔다.
아스토리아 컬럼에서 시간을 보내고 가족사진을 찍은 후 캐논 비치로 향했다. 캐논 비치에는 유명한 헤이스택 락 (Haystack Rock)이 있다. 해무와 함께 우뚝 솟은 바위섬을 보고 있으니 여긴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과 조카는 물에서 뛰어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부모님께서 조금만 나가면 발이 얼 것 같이 물이 차갑다고 하셨다. 그래서 물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았다. 물이 정말 차가웠다. 시애틀의 물 온도가 굉장히 차갑다고 했었다. 아마도 캐논 비치도 시애틀과 마찬가지로 태평양과 맞닿은 곳이라서 물이 얼음물처럼 차가운 것은 아닌가 싶었다. 가만히 서있을 때는 발에 아주 작은 생물들이 달라붙어서 발을 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발을 움직여야 했다.
캐논 비치 구경이 끝난 후에는 저녁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예약한 숙소에서 하루를 마감했다.
글을 쓰는 시점이 여행을 갔다 온 지 5개월이 지나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글을 썼더라면 글 속에 많은 추억과 기억들을 담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