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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n 16. 2024

'작 별 하 지  않 는 다 '한강(고등학생 권장도서)

3부 불꽃

인제 오빠 머리 안 이상함지. 밑단이 오므려진 점퍼 속, 고슬고슬한 머리카락이 풀같이 돋은아기.

 대답 대신 나는 손을 뻗어 뼈들의 사진 위에 얹었다.

 눈과 혀가 없는 사람들 위에.

 장기와 근육이 썩어 사라진 사람들.

 더이상 인간이 아닌 것들.

 아니, 아직 인간인 것들 위에.


*

 머릿속. 수천 개 퓨즈들에 일제히 불꽃 튀는 전류가 흘렀다가 하나씩 끊기는  같은 과정을 나누 지켜봤어. 어느 순간부터 엄마는 나를 동생이나 언니로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을 구하러 온 어른이라고도 믿지 않았고, 더이상 도와달라고도 하지 않았어. 점점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가끔 말한다 해도 단어들이 섬처럼  흩어졌어.


 무거운 배의 키를 돌리듯 그때 방향을 틀었어. 엄마가 모은 자료들의 빈자리에 내가 새로 찾은 것들을 메꿔 넣으며 하루하루를 보냈어.


꿈의 잔상 속에 숲으로 걸어나가면, 잔혹할 만큼 아름다운 빛이 나뭇잎들 사이로 파고들며 수천수만의 빛점을 만들고 있었어. 뼈들의 형상이 그 동그라미들 위로 어른거렸어.

*

 눈속에서 나는 기다렸다.

 인선이 다음 말을 잇기를.

 아니, 잇지 않기를.

*


 아직 사라지지 마.

 불이 당겨지면 네 손을 잡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눈을 허물고 기어가 네 얼굴에 쌓인 눈을 닦을 거다. 내 손가락을 이로 갈라 피를 주겠다.

 하지만 네 손이 잡히지 않는다면, 넌 지금 너의 병상에서 눈을뜬 거야.

 다시 환부에 바늘이 꽃히누 곳에서. 피와 전류가 함께 흐르는 곳에서.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퍼덕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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