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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Jun 23. 2024

'예민해도 괜 찮 아' 이은의(고등학생 권장도서)

나도 경험해 본, 절대 사소하지 않은 일.

 그리고 마침내는 내 인생을 이곳으로 이끈 아주 큰 선택을 하게 됐다. 부서장의 직장 내 성희롱을 조사하고 처벌하라고 회사에 요구한 것이다.

 이런 선택 후 미친 듯이 노력했다. 그 기간이 꼬박 4년이었는데, 나는 학교와 회사에서 배우고 익힌 역량을 총동원해서 스스로 법무팀이 되고 홍보팀이 되고 업무팀이 됐다.

(중략)힘의 불균형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TV 등 매체의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 논객이나 시민 토론단으로 참여했다.


선택보다 중요한 선택 이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가장 정직한 대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행복하게 살아남아 변호사가 되기까지

 인생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 사람은 자책에 빠지기 쉽다. 직장 내 성희롱을 비롯한 성폭행 사건들처럼 자존감을 해치는 일은 특히 그렇다. 그런데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이런 일들은 인생을 살면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피해 중하나일 뿐이다. 다만 세상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자책감을 부채질한다는 게 문제다.


PART1성희롱 따위, 인생에서 없으면 좋겠지만

 "혼자 싸우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우리 힘을 내요."



 '지망생'이란 단어를 언뜻 들으면 꽤 청춘스럽고 낭만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지망생은 이른바 미생도 아닌, 이제 막 착상된 수정란 같은 상태다. 태어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피해자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고약한 프레임이 문제

 만일 지금 누군가 이 글을 보면서 주변에 말하지 못한 고민으로 자책하고 있다면, 손을 꼭 잡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자책할 필요가 없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어렵겠지만 그런 감정을 가만히 내려놓고 문제 해결에 집중하며 자신을 추슬러야 한다. 잘못한 게 없다고 스스로 다독여도 괜찮다.


큰 파도가 밀려올 걸 알면서도 막상 닥치면 휩쓸려 갈까 봐 두려웠고, 파도가 날 덮쳐 꼴딱꼴딱 물을 먹을 땐 당장 죽을 듯 괴로웠다.

(중략)어느새 파도가 날 삼키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즐기는 나를 만나게 다.


PART 2 여자들을 오락가락하게 하는 것들

 이런 사건을 접하면서 사람들이 갖는 의문성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왜 이제야 알렸대?"이고, 다른 하나는 "그게 성희롱이야?"라는 반응이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 누군가의 갑이고 누군가의 을인 수레바퀴의 삶을 살아간다. 갑을 대하는 순간보다 을을 대하는 순간, 나누 얼마나 배려하고 존중하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나와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내면의 귀를 맑게 하는 시작이다. 나와 너의 목소리를 잘 듣는다면 '예민한 게 어때서'라는 용기를 갖게 되고, 당당히 "노"라고 말하게 된다.


 데이트폭력이란 말의 함의

 "데이트폭력이 아니라 그냥 폭력이겠죠. 물론 데이트 과정에서 사랑싸움 또는 사적인 다툼을 빙자하여 자행되는 폭력을 의미하는 용어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걸 데이트폭력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다른 종류의 폭력이란 의미로 주입될 수 있어요. 변호사 입장에서 그건 그냥 폭력일 뿐입니다."


그녀들에게는 연인에게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보다'그가 나를 사랑하는데 왜 그랬을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라는 의문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런 다음에는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그가 날 때릴 리 없어', 나아가서는 '내가 잘못해서 때린 것이어야만 해' 같은 심리적 정당화가 이어진다.


PART3 남녀평등 사회 좋아하시네


 이처럼 '나이가 들면', '변호사가 되면','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면'같이 내가'~하면 안전해질 것'이란 기대는 무너졌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추행은 상대의 성적 매력이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망상에서 태어나 힘의 불균형에서 꽃피는 것이다.


PART4 예민한 언니의 쓴소리

 파란만장한 시기를 버티게 해준 허세와 가오

  그렇게 시작된 전투에서 나는 내 가오를 지키느라 "내가 다 이기고, 이걸로 책도 쓰고, 잘 먹고 잘사는 꼴을 보여줄 테다"라고 끊임없이 떠들고 다녔다.

 

 내 대답이 아직 연식 짧은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말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누군가를 위해 제대로 한 판 붙을 진정성과 능력, 담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살기는 어렵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참지 말아야 할 것을 참아서는 안 되고, 모두를 미워할 수 없듯이 모두를 좋아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꼭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라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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