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피렌체에서 3박 4일 머문 뒤, 차를 빌려서 토스카나 지방을 여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피사에 갈거로 생각하지도 못했다. 신기하게도 아이 펭귄들은 탑을 좋아한다. 파리하면 에펠탑, 이탈리아 하면 피사의 사탑을 떠올린다. 아이 펭귄들은 여기까지 왔으니 꼭 가봐야겠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우리는 한국에서 대부분의 교통편을 예약하고 왔기 때문에계획에 없던 이곳을 가기 위해 기차표를 샀다. 굳이 이걸 하나 보러 가야 하는 효율성을 따지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으나 여행의 경비 지분이 있는 아이 펭귄들을 생각하며, 또 언제 여기 오겠냐는 생각에 가기로 했다.-여기서 경비의 지분이란 태어나서 처음 해외 여행하는 아이들에게, 한 달 반 동안 들어가는 경비가 많으니 태어나서부터지금까지 너희가 모은 돈을 보태자고 말했고 아이들은 동의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천만 원가량의 지분이 있는 것이다.-그래서 우린 피렌체에서 피사를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갔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가 타야 하는 기차가 사라져 버렸다. 이탈리아는 이런 일이 흔하다고 하는데 막상 겪고 보니 당황스러웠다. 우왕좌왕하며 여기저기 알아보며, 결국에는 다시 원점으로 와서 지연된 시간에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한국과 다른 시스템에 남편 펭귄은 당황했고, 나는 통하지 않는 언어 속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없었다. 여행은 느닷없이 다가와 계획 따위는 우습게 날려버리는 매력을 가진 것으로 여기며, 아주 쾌청한 날씨에 피사의 사탑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