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창현 Nov 11. 2023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다 읽은 소감이다(스포 없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대학생 신입생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는 경험은 조금 신기한 경험이었다. 

별다른 이야기가 없는 것 같은데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을 수가 있다고? 


나이를 먹고 나도 작가가 되었다. 

소설가는 못 되었지만, 그래도 책을 몇 권 쓴 작가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도 두 개 정도의 책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편집자들이 열심히 도와준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책을 받아 들었을 때,

두가지 느낌이 들었다. 


첫번째, 


와, 두껍다. 


두번째,


그래도 다 읽겠구나. 


다 읽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다 읽었다. 


하루키의 이렇게 묵직한 장편은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처음 읽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굳이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말을 붙이지 않아도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그 상상력과 표현력에 놀라울 뿐이다. 


그림자와 대화를 한다는 설정은 예전부터 하루키 책에서 

종종 등장했던 것 같다(찾아볼 정성이 없지만, 불완전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하루키 책을 읽을 때,

신기한 체험을 한다. 


나 역시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심지어, 글을 쓰면 상대방이 재미 있게 읽어줄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다 읽고 책을 덮었다. 

다 읽고 이 책이 왜 3부로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루키는 후기에서 '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간략하게

책의 역사를 이야기해주었는데,


이 이야기가 무려 43년된 이야기라고 한다. 43년이면, 거의 내 나이다. 

후딱 읽어버릴 줄 알았지만, 43년이나 된 이야기를 한 일주일 만에 다 읽었다니

조금은 미안한 느낌이다. 


나는 주로(주로 라는 표현을 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다양한 글을 쓰지만), 

실용적인 글을 쓴다. 


사람을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은 나와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친절하게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팁을 공유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더 좋아하는 것인지, 더 익숙한 것인지, 더 잘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책을 다 읽고, 

물론 교훈 따위는 없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의 책을 읽는 것은

시간은 제법 걸리지만, 

조건반사적으로 하게 되는 일이다. 


소설간의 묘한 공통점들이 이해되면서,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하루키의 수필들도 이해되면서,

신기한 느낌이 찾아온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도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볼티모어와 세종시의 경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