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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여우 Jul 26. 2021

<우리는 안녕>, 박준-김한나

잔잔하면서도 깊게 울리는 말

안녕,

다시 안녕이라는 말은

뒷모습을 지켜봐 주는 일이야.


외국에서는 아침에 굿모닝, 저녁에는 굿이브닝이라고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신기하게도 아침에도 안녕, 저녁에도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넵니다. 심지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길게 알고 지내던 사람과 헤어질 때도, 우리는 안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걱정이나 탈이 없는 편안한 상태를 '안녕'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인사를 받는 상대방이 항상 평안하기를 기원했던 것일까요. 시 그림책 <우리는 안녕>에서는 이러한 안녕이 주는 여러 의미를 잘 활용해주고 있습니다. 우연히 이 책을 충동구매한 저는 읽고 나서 한참을 우느라고 안녕하지 못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언제나 같은 풍경만을 바라보고 있는 단비는 어느 날 마당에 찾아온 푸른빛 새로부터 '안녕?'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새는 강아지에게 안녕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안녕은 처음 하는 말이야.' 그리고 강아지는 새에게 처음으로 배운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은 처음 아는 말이야.' 그리고 새는 안녕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속삭이면서 그동안 단비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차츰 보여줍니다.


처음 만날 때 '안녕'이라고 시작하는 것처럼, 헤어짐을 앞두고 있는 때에도 우리는 '안녕'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림책을 읽어나가며 우리는 만남과 헤어짐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안녕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질 때 건넨 '안녕'이 결코 영원한 이별과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뒤를 지켜봐 주는 그리움의 말임을 깨닫게 됩니다. 언제나 부디 평안하기를. 가볍게 주고받았던 이 말을 다시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그간 얼마나 많은 기원과 축복을 서로 주고받아 왔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림책이란 기본적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집니다만,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는 '안녕'이 지닌 여러 생명력을 알려주고, 어른들에게는 그간 자신들이 건네 왔던 인사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 그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교훈적인 내용을 억지로 집어넣고자 하는 이상야릇한 수작 없이, 이 책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우리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을 읽고 나서 우리는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던진 안녕이라는 말 하나에도 깊은 울림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덧 저도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안녕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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