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국 본사에서 북미나 유럽지사로 발령받았다고 하면 모두들 축복하고 부러워하기 마련이다. 해외지사로 발령을 받는 경우가 매우 적기 때문이기도 하고, 해외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거주하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경험이 주는 메리트가 크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 본사와 해외지사 그리고 외국계 한국지사 이렇게 총 세 군데의 회사를 모두 경험해 보았다. 셋 중 어디가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한국 본사에서의 업무 경험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어느 나라이든 본사와 지사는 그 차이가 명백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글을 빌려 이 두 차이를 한번 써 내려가 보고자 한다.
1. 지사는 본사보다 복지가 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시설면에서 본사는 보통 건물을 지을 때부터 직원들의 편의시설을 예상하고 만들기 때문에 직원들이 누릴 수 있는 모든 편의시설이 건물 안에 밀집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사는 대부분 셰어 오피스의 일정 구역을 빌리거나, 한 층을 빌리거나 아니면 조금 큰 경우 몇 층을 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본사에서 누릴 수 있는 구내식당이라던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내 어린이집이라거나, 사내 피트니스센터 또는 사내 의료센터 등 대부분의 시설들이 없을 가능성이 90%이다. 따라서 사내 할인이 안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사실 이 추가 비용이 드는 게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 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할인들이 하루하루 모여서 일 년 치가 쌓이면 생각보다 추가 비용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 회사를 예로 들자면 회사 본사 건물에 구내식당이 있어 아침 점심 저녁 모두를 공짜로 해결할 수 있었다. 아이가 있는 직원들은 사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었고, 회사 건물 내에 병원이 있어서 거기서 건강검진을 1년에 한 번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사내 피트니스 센터가 있어서 이른 아침이나 퇴근 후 헬스기구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을 외부에서 해결하고자 하면 비용이 생각보다 크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뿐만 아니라 복지카드라던가 기업 간 제휴를 통한 외식 숙박 할인권 또는 직원에게만 제공되는 직원 할인 가등 등 본사보다는 지사가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다.
구글 한국지사(좌측)와 구글 본사(우측) 비교
세계 최고의 직장인 구글도 본사의 오피스와 지사의 오피스는 조금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코리아는 한국에서는 모든 면에서 보아도 신의 직장이다! 구글러들이 부럽다!!
2. 지사는 본사보다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본사에서 일할 때만 해도 상무님 팀장님 동료들 모두 입을 모아 지사 사람들과 일하기 힘들다고 말하곤 했었다. 지사 사람들이 얼마나 일을 못하는지 관련해서 서로가 겪은 일화들을 이야기하기 바빴으며 지사에서 하는 업무 중 일부를 본사에서 대신해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지사로 발령받고 실제로 일을 해보면서 알게 됐지만 본사의 인프라는 지사의 그것과 매우 다르다. 따라서 업무방식도 매우 달라질 수밖에 없다.
- 본사와 지사의 인원수가 다르다
본사와 지사는 우선 인력 규모부터 차이가 난다. 내가 근무했던 본사의 경우도 대략 6천 명 안짝으로 근무를 하고 있고 북미지사는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20명 남짓 있었다. 이 규모의 차이는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많은 제약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본사에서는 팀이 세분화되어 있고 웬만한 업무는 사내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업무를 하는 팀을 찾아 연락하면 되지만 지사는 팀이 포괄화 되어 있고 팀원 수도 적은 경우가 많아 각 팀원들이 일당백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많은 업무들을 처리하는데 바쁘기 마련이며, 외부의 힘을 빌어야 할 경우 업체를 찾아 견적을 뽑고 견적 승인이 나야지만 업무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인원수의 차이는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큰 차이를 만든다.
- 본사와 지사의 예산 액수가 다르다
예를 들어 본사의 마케팅 예산과 지사가 가지는 마케팅 예산은 뒤의 0의 개수가 다를 것이다. 따라서 금액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지사에서 짤 수 있는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본사에 추가 예산을 요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때에 따라서는 본사에서 직접 제작해서 지사에서 전달해 줘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요청하는 동안 시간이 오래 걸려서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3. 지사와 본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사는 본사가 전달한 가이드라인을 현지에서 실행하는 곳이다
본사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곳이라면 지사는 전달받은 가이드라인을 현지에서 실행하고 실행 결과를 보고하는 곳이다. 따라서 본사 대리인으로서 본사에서 할 수 없는 업무를 대신해주는 곳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대부분의 업무는 본사의 컨펌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으며, 실적이 부진할 시 지사를 철수하고 본사에서 직접 업무를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본사에 비해 근무 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호기롭게 타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회사를 알리려고 노력했으나 생각보다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철수하는 회사들이 꽤 많다. 지사는 본사에 비해 만만하지 않은 곳이다.
본사의 노동문화가 자유롭다고 한국지사에 그 자유로움이 그대로 적용되기 힘들고, 한국 본사의 노동문화가 빠르고 혁신적이라고 해서 그 문화가 그대로 해외 지사에 적용되리라는 법은 없다. 국가별로 노동법도 다르고 나라마다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지사는 본사의 직장문화를 일부 가져갈 수는 있지만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변하기 마련이다. 이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두 문화가 잘 융화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 예로 북미에 거주하는 해외 교민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한국 회사는 절대 안 간다"이다. 한인 회사든 한국기업 해외 지사이든 두 회사 모두 한인이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현지의 고융, 직장문화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고 교민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화적 불일치로 인해 한인회사는 기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본사는 지사는 서로의 사정을 알기 어렵다
아무리 본사와 지사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해도 주 5일 40시간 붙어서 근무를 하면서 같은 환경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사정을 알기 힘들고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현지의 분위기나 문화를 캐치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을 아무리 긴밀하게 한다고 해도 서로의 사정을 알기 쉽지 않다.
이렇게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본사와 해외지사를 비교해 보았다.
분명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는 분명 필자가 경험한 회사들과 독자 여러분이 경험한 회사들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다른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다른 부분들을 알려준다면 필자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