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을 공개합니다.
나의 아침은 언제나 집주인과 시작된다. 특히 노랗고 아름다운 털코트를 입은 귀부인께서 나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곁에서 골골 송을 불러 대면 한참을 그에 대한 찬사를 보내기에 바쁘다. 그녀의 부드러운 털은 벗어나기 힘든 유혹이다. 털코트가 반들반들 윤이 날 정도로 쓰다듬어 주고 나면 만족한 집주인께서 내 손에서 멀어지고 비로소 진정한 아침을 맞을 수 있게 된다. 아차. 정신없이 집주인과 서로 애정을 쏟아붓다 보니 어느새 딸의 등교 시간이 되었다.
딸의 학교 근처에 시골 체육관이 있다. 어린이집과 작은 도서관이 함께 있는 건물 1층에는 무료 헬스장이 있어 친구들과 함께 매일 아침 이용하게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꾸준히 나가다 보니 체력도 늘었다. 그리고 여자 셋의 수다의 장이 되기도 한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완전 무장을 한다. 개인 카페의 좋은 점은 내가 좋아하는 옷을 맘껏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카페로 출근하면 드디어 오픈이 시작된다. 주로 30분 전에 출근하는데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미리 반죽해둔 쿠키 반죽들을 꺼내어 버터가 풀릴 때까지 실온에 둔다. 간단하게 청소하고 지긋지긋한 거미줄도 걷어낸다. 요즘 따라 파리가 기승을 부려 파리채를 들고 다니는 것도 일과에 추가가 되었다.
모든 정리가 끝나면 손님이 올 때까지 내 작업 테이블에 앉는다. 친구가 손으로 뜬 무릎담요를 덮고 예쁜 그릇에 과자를 담고 커피와 함께 노트북을 켠다. 그리고 ‘소공녀의 러스틱라이프’ 라는 파일을 연다.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파일이다. 집중력이 돌아올 때까지 찬찬히 전에 글을 읽어보고 그 다음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손님이 몰릴 시간이 되어있곤 한다.
카페의 가장 바쁠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난 이후부터다. 인근의 관공서나 식사를 마치고 오신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 혼자서도 버거울 때도 가끔 있다. 손님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음료를 내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손이 바삐 움직인다. 피크타임이 지나고 나면 왠지 맥이 빠진다.
다시 내 자리에 앉아 멍하니 글을 보다가 한 두자 적을 때도 있고 딴짓을 할 때도 있다.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는 그냥 깔끔하게 인정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낫다. 괜히 안되는 걸 억지로 붙잡고 있다가는 쓸데없는 단어만 낭비하느니 차라리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
드문드문 오는 손님들을 응대하며 듬성듬성 글을 쓴다. 얼기설기 엮은 글을 보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삭제하고 다시 쓴다. 천천히 집중력이 돌아오면 그때부터는 부지런히 쓰다가 창밖으로 마음이 뺏겼다가 한다. 하필이면 오늘따라 왜 이리 날이 좋은지, 화면에 적힌 글을 보는 그것보다 밖을 바라보는 게 더 좋아져 글은 뒷전이 되고 만다.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이쿠. 쓸건 많은데 적은 건 별로 없다. 마음은 이미 백 보 앞서가는데 글은 제자리걸음이니 가끔 쓰기 싫어질 때도 있다. 솔직히 매일이다. 그런데 또 손 놓고 있으면 쓰고 싶으니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가을 시골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질 무렵 태양열로 켜지는 간판에 불이 반짝일 때 나는 마감에 박차를 가한다. 원래 퇴근이라는 건 가방을 미리 싸놓아야 하는 법이다. 가로등 조명까지 켜지면 나는 퇴근한다. 주말에는 약간 더 길게 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시골은 저녁 시간부터는 손님이 끊기기 때문에 전기세 절감 차원에서 일찍 문을 닫고 있다.
됐다! 난 오늘도 정말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스스로 칭찬을 해주고 하루를 마감한다. 집으로 가면 또 다른 일상이 있지만, 카페에서는 이렇게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 글은 내가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쓰는 하루다. 어찌 된 영문인지 글 조회 수가 1000회를 부쩍 넘으면서 글 쓰는데 살짝 부담감이 오기 시작했다. 주변에 소소하게 일어나는 일들을 적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허투루 글을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초심을 잃지 말자. 언젠가 이 글을 모아 시골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소설로 써보고 싶다. 내가 생생하게 느끼는 것들, 보고 듣는 것들,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 모두 모아 엮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