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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공녀 Oct 29. 2022

젊은 시골 청년

청년 모임의 시작

상상해본다. 은행이 노랗게 물든 가로수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옆 마을에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을 상상하면 굉장히 낭만적인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은 커다란 덤프트럭이 쌩쌩 지나가는 26번 국도. 그리고 경운기, 트랙터는 물론이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바이크족도 수두룩하다. 그 와중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는 어르신과 전동차를 탄 몸이 불편한 어르신.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 한가운데 우리 딸도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고집하니 마음이 더욱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최근 고령 읍내에도 둘레길을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둘레길뿐만 아니라 마을과 마을을 잇는 자전거길도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고령 군수님과 청년 모임의 소통의 장에서 한번 건의해 보고 싶었던 문제였는데 그날 카페 일을 손 놓을 수가 없어 참석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게 되면 소통과 소통을 나눌 수 있고 산책길로도 유명해져 많은 자전거 동호회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큰 욕심일까. 저녁을 먹고 산책하러 나가는 길에 문득 아쉬움을 느꼈다. 인도는 가로수에 막혀 있으나 마나 하고 관리가 안 되어 타일이 삐죽거린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 적은 만큼 이해는 되지만 자전거나 전동차 인구가 많아진 지금 조금은 자전거 도로에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


언제부터인가 고령의 문제 인식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청년 모임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시골 청년들은 무얼 하고 살까? 다들 농사만 지을까? 다들 먼 도시로 출퇴근을 할까? 전부 아니다. 나도 고령 청년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젊은 사람이 내 친구뿐인 줄 알았었다. 카페 손님 중에 젊은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근처 캠핑촌 손님이거나 국도를 지나다니는 사람이 전부라는 착각을 했었다. 그러나 갓 시작한 청년 모임은 각지에 흩어져 있는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 인원은 스무 명 남짓, 무언가 하려는 의지가 반짝거리는 청년들이었다. 


어색한 건 처음뿐 어느새 친해진 청년들은 무엇을 할지 논의했다. 되든 안 되는 시작하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이 어울려 놀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고령 청년 모임의 시작이었다. 아쉽게도 고령군의 지원을 받는 것은 무산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 명 한 명의 재능기부를 모아 신촌 숲 행사를 소규모로 진행하게 되었다. 작은 발걸음이지만 고령 청년들의 발전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청년들이 하려고 했던 행사 진행에 실패했지만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신촌숲 고령 환경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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