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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자까 Aug 10. 2022

소망을 위한 하루채움

퇴사를 고한 뒤 약 열흘이 지났다. 한 달 정도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그 기간동안 내 마음이 아주 평화로운 것도 아니었다. 보장된 미래가 아닌 오로지 내가 지원하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취업이기 때문이다. 막연히 아무것도 안 한채로 한 달 뒤에는 다시 다니겠지, 할 수 없었다. 알바몬, 잡코리아, 사람인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원하는 직무, 지역 등을 맞춤으로 설정했다. 올라오는 공고는 많지만 이번에는 보다 신중한 지원을 고려하게 되었다. 아무런 경력도, 경험도 없던 당시에는 원하는 직무가 있으면 그에 관련한 회사가 보이는 즉시 지원을 했다. 어디서 전화가 올지 모르니 하나만 걸려라 하는 심정이었다. 


첫 회사는 잘 봐야 한다는데 어떻게 잘 봐야 하는 것인지 나에게는 그런 시선도 관점도 없었다. 그저 열정, 순수함이 가득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에디터 혹은 기자가 되고 싶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에너지도 받는터라, 그렇게 살고 싶었다. 마감날이 가까울수록 찌든 사람이 되어가겠지만 종이에 수놓인 내 글을 보노라면 그런 피곤함은 곧 뿌듯함으로 바뀌곤 했다. 이는 물론 학보사에서의 경험인지라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속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글과 관련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 자체가 흥미로웠던 시간. 


글과 관련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첫 발을 내디뎠던 기자의 세계에서 쓴 맛을 보고, 멘털을 추스르다가 사무직 기웃거리며 어영부영 찾은 컨설팅회사에서 2년을 다녔다. 업무 강도도 괜찮고, 환경도 좋았지만 부딪히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름 오래 다녔던 회사를 뒤로 한채, 지금 다시 취직을 위한 서치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다는 소망이, 학생 때는 당연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나의 소망을 이런 모양, 저런 모양을 깎고 또 깎아낸다. 분명 맞춤으로 설정한 뒤 검색한 회사들인데 나와는 영 맞지 않는 것들 뿐이다. 이때부터 방향키가 제멋대로 항해를 시작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직무에 대한 검색을 하고 그러한 회사들을 보게 된다. 조급함, 불안함이 올라오면 그렇다. 


누군가 딱딱, 이렇게 하라 제시해주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지만 내가 나 자신을 하나씩 알아가는 길, 그리고 그 선택을 나에게 맡기고 개척해 나가는 길. 쉽지 않지만 방향키를 다시 잡게 한다. 내가 무엇 때문에 퇴사를 결심했지? 어떤 직무에 도전해 보고 싶었지? 회사를 볼 때 가장 먼저 무엇을 고려하지? 이런 질문을 통해 다시 방향을 잡는다. 잘 알지도 못하는 직무의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나를 다시 건져 처음 마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영 회사를 다니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니구만, 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경영학도였던 대학생 때도 했던 생각인데 말이다. 반복적인 업무에 지겨움을 느끼고 누군가의 원색적인 비판에 마음 아파하고. 나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데 회사는 정반대이지 않나. 요즘은 개성이나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해주는 문화도 생기는 것 같다. 물론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조직문화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다들 각자의 이유로 회사를 다닐 것이고, 여러 가지 마음을 품으며 출근을 할 것이다. 그들을 존중하고 또한 동경하는 부분도 있다. 


나도 어떤 일이든 나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저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회사 체질에 안 맞는 사람일 뿐이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며 왜 그런 틀에 알맞게 들어가지 않는가?라는 책망을 던질 수 있겠다만 우린 그런 책망보다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 톱니바퀴도 서로가 맞물려야 돌아가듯이, 각자가 알맞은 역할이 있고 쓰임이 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나도 그 쓰임을 받고 싶은 사람이다.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다만 나의 쓰임은 스스로가 표현해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꾸준히 행동하는 것만이 답이다. 구인구직의 바다에서 표류하다가 다시금 건져져서 다시 방향키를 잡았다. 아, 맞다 이 배의 선장은 나구나. 그리고 빛나는 한 순간을 위해서만 항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마저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항해이고 싶다.


원하는 것들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지만 하루를 그 꿈에 다가가는 노력으로 채우려 한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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