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발걸음을 뗐다. 백수가 되고 아침시간에 일어나는게 영 힘들지만 자책할 시간에 일어나는게 났기에 몸을 일으켰다. 정신 차리도록 물을 맞는다. 얼마 전 동생이 새로 산 샴푸는 바디워시도 되는 올인원인데 생각보다 성능이 좋다. 소소해보이는 일상이지만 이런게 은근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하늘이 흐리다 싶더니 창밖으로 비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밖으로 나가기 더 싫어진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그 하루도 무슨 생각으로, 무슨 마음으로 채워질지를 알기에 발걸음을 뗀다.
비가 세차게 내리기도 한다. 잠시 인근 빌라 주차장으로 들어가 비를 피한다. 일을 마무리하고 어디 카페 들어가서 글을 쓸 요량으로 노트북을 들고왔는데 이런 궂은날 노트북은 무겁기만 하다.
신발도 젖을까 막 신는 샌들을 신었는데 괜히 바닥이 더 딱딱한 기분이다. 지하철로 들어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언젠가 오겠지'하는 마음으로 노래나 듣는다. 요즘 많이 듣는 노래는 뉴진스의 하입보이다. 하이틴 여주가 된 느낌으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잠시나마 몰입을 하는데, 사실 거리를 걷다 우연히 들은 홍진영의 '살다보면'이 더 마음이 꽂히기도 한다.
요즘은 그런 시기를 걷고 있는 듯하다. 조급함과 싸우며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듯하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힘들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리고 회피하려 땅굴을 파는 사람도 있다. 다들 그런 길을 걷고 있구나 싶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데 부끄러운 기분도 든다. 회사를 왜 다니기 싫은지 내 마음 알아달라고 하는 글도 있고, 밤에 써서 울적한 기분을 담는 글도 있다. 하루 중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글을 적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그 글을 내리진 않는다. 뭔가 글을 배설하는 것 같이 적고 있지만, 다시 수정하기 어려워도 계속 업로드한다.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좋은 글, 솔직한 글이 나오지 않을까, 하며 말이다.
어느 순간 존재감을 내비치며 마음에 불안이 찾아올 때가 있다. 이렇게 하는 거 맞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왜 생각처럼 안 되지 하는 때 말이다. 나는 그럴 때 일상을 붙잡아줄 장치를 걸어놓는다. 이것이 나의 케렌시아가 되기도 하고 소중한 나의 사명이 되기도 한다. 소소해 보이지만 한 사람의 일상을 이끌어주는 장치인데 그것을 가치없다 할 수 없다.
일어나 물 한 컵에 유산균을 먹는 일, 운동복을 갖춰입고 동네공원을 걷거나 뛰는 일, 밥을 먹을 때 꼭꼭 씹는 일, 또한 물 한 컵에 영양제를 챙겨먹는 일, 일기든 에세이든 오늘 하루의 글을 쓰는 일이 그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 길이 맞다, 고 알려주거나 아님 이렇게 해보면 된다, 고 알려줬음 좋겠지만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나고 경험을 토대로 한 지혜다.
좋아하는 일을 그저 꾸준히 하고 싶을 뿐인 사람이다. 어려울 건 없다. 그렇게 하면 된다. 비가 계속 오는가 싶더니 소나기였나 보다. 맑은 하늘을 보니 조금 더 힘내서 걸을 힘이 난다. 얼마 전 봤던 타이거JK에 대한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에서 그가 적었던 메모를 봤다. 나는 무조건 잘될 것이며 내 앨범이 수십만 장 팔리는 것이 보인다는 말이다. 오늘도 안 하고자 하는 나와 싸우며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