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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보름 전, 나의 스무 살을 기차에 태웠다
내 작은 세상에서 군림하던 당신의 눈물
부드러운 목소리가 일품이던 당신의 고요
나는 그랬다
단단하게 매듭짓는 법을 몰라서
한 걸음 내딛기가 두려웠다
애꿎은 노란 캐리어를 툭툭 발로 차다
그 안에 넣어온 낡은 로망을 꺼내들었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스무 살의 당신에게 춘천은 기차를 타고 가면 펼쳐질 로망의 도시라고 했던가
겨울바람 냄새가 나는 삭막한 도로에는 로망이 아닌 듬성듬성 머리가 센 당신이 있었다
언제 이렇게 작아졌나 싶어도 여전히 단단한 품이,
새벽이면 묵힌 이야기를 들려주던 말동무가,
엄마가 해준 것보다 맛있던 김치볶음밥이,
매일 밤 그리울 것 같아도
낡은 로망을 새것처럼 닦고 또 닦아,
매듭짓고 달려나가는 법을 알려주는 작은 당신이 있어서
춘천의 또 다른 이름은 스무 살, 춘천의 또 다른 이름은 청춘
어쩌면 춘천은 새벽마다 들었던 아빠의 청춘이 생각나는 도시라서
나는 홀로 기차에 오른 스무 살이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