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거는 핑계

병어조림편

by 길잃은 바다거북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여름이 제철이라며 병어조림을 방송에서 보았다.
만드는 법을 모른다 해도, 레시피를 검색만 하면 수십 가지가 쏟아지지만
나는 전화를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경상도 가족은 용건 없으면 전화를 잘하지 않는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은 병어가 수단이었다.

"여보세요"도 아니고
"어, 왜"로 시작하는 우리의 전화는 익숙하다.

"엄마, 나 병어 먹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아."
"경상도는 잘 안 나지. 그래서 잘 안 먹었지, 왜."
"그냥 티비에 병어가 여름철이라길래 억시로 맛있게 먹던데,
이 동네는 안 팔더라. 그래서 물어보는 거야."
"해물라꼬."
"응. 해보까시픈데. 그니까 양념장은 갈치조림이랑 똑같은 감?"
"생선조림 양념이 다 거 서거지. 고춧가루, 다진 마늘, 간장 째게,
된장도 째게, 설탕도 째매, 맛술도 찌매 넣으면 된다."
"아아, 알았어. 냉동 손질된 거 파니까 사봐야지."
"내도 시키 줘."

그렇게 엄마 병어까지 주문해 준다.
그러면 배송이 도착하는 날에도
“택배 받았나?”는 통화의 목적이 생긴다.

양념해서 졸여낸 병어를 먹으면서도
“맛있다… 역시 나는 손맛은 엄마를 닮았나 봐.”
혼잣말을 하다가 또 전화를 한다.

"엄마, 진짜 맛있어! 내가 했는데도 맛있다 아이가."
엄마는 웃고, 그 웃음에 나도 웃는다.

무 대신 콜라비를 넣어봤다.
감자도 아니고, 무도 아닌 게
아삭하면서도 단맛이 도는 게 제법 괜찮다.

"엄마, 나 무 없어서 콜라비 넣었는데, 이거 의외로 잘 어울리더라."
"콜라비? 그게 뭐꼬, 요즘 애들은 이상한 걸 잘도 찾아내 묵는다. 이기 몸에도 좋다던데. 아침 마당에서 본적 있다"

몸에 좋다는 소리는 사실 별 의미 없다.
그건 그저 전화를 걸기 위한 핑계였다.

마침 딸이 해 먹은 것도 맛봤다며,
엄마도 전화를 건다.
“니가 해묵는다꼬 시켰다 아이가. 묵어 보이 맛있더라.”

서로의 식탁에 오르는 재료는 다를 수 있어도,
그 식탁을 통해 이어지는 대화는
언제나 같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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