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와 밀크셰이크는 클래식이다.
번+패티+밀크셰이크 = 풍류랑
바스킷 423에서 판매할 때도, 단독 브랜드 <풍류랑>으로 론칭할 때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두 가지가 있었다. 바로 패티와 번이다. 패티와 번은 버거의 핵심이다.
감성고기의 숙성 소고기 패티와 우리밀로 만든 번의 조합은 풍류랑 버거의 기본 공식과도 같다.
우리밀 번
사진출처 : https://blog.naver.com/yule_tea/221060555737
늘 그렇듯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밀을 생각합니다.
풍류랑의 번은 우리밀 빵을 고집스럽게 만드는 <더 벨로>의 번을 사용한다. 충북 음성에 호밀밭을 꾸리고 주말이면 호밀들을 돌보는 반영재 대표님의 더 벨로는 양재동의 조용한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빵쟁이로 살아가지만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대표님의 마음이 풍류랑과 잘 맞아 오래전부터 더벨로의 빵만을 고집하고 있다.(바스킷 423에서부터 더벨로의 번만 사용했다.)
천연 발효와 우리밀, 우리 재료를 이용해 빵을 연구하기 시작하여 지금도 우리밀 산지인 경남 구례의 제빵 연구가와 농민들과 교류하면서 우리밀로 만드는 빵에 관해 고민하고 계신다. 더 벨로의 모든 빵은 저온 발효의 과정을 거쳐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량은 적다.
이런 이유로 풍류랑의 번은 고소한 맛이 더 강하고 먹었을 때 소화도 잘된다. 지붕이 튼튼하고 지반이 단단해야 집이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풍류랑의 기본 뼈대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는 우리밀 번. 정말 믿고 먹어도 되는 번이다.
더 벨로의 홈페이지에 가면 반영재 대표님의 우리밀 사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감성고기의 패티
감성고기는 저지방 숙성 소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점이다. 다른 정육점과 달리 육우를 숙성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사람들은 마블링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름기가 예쁘게 퍼져있는 모습을 좋아한다. 하지만 육우는 한우와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 농가에서 정성껏 키우는 우리 소다.
육우의 장점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다. 칼슘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건강한 고기다.
또한 사육기간이 짧아서 육질이 연하고 부드럽다.
한국에서는 육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현재 감성고기는 탄탄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리브랜딩 중이다. 육우의 장점을 알리고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고기를 만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풍류랑의 패티는 다른 버거집과 달리 특별하다. 소고기를 숙성시켜서 패티를 만들기 때문에 담백한 맛과 육향을 느낄 수가 있다. 풍류랑의 패티는 미디엄 핑크색의 굽기를 지향한다. 약간 덜 익힌듯한 굽기에서 팡팡 터져 나오는 육즙 향이란!
버거를 뒷받침해 줄 밀크셰이크
어릴 적 버거와 밀크셰이크를 먹는 날이 있었다. 바로 병원에 가던 날이다. 비염이 심했던 나는 비 오는 날이 되면 매일 같이 병원에 갔다. 1층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을 지나 2층 병원으로 가는 길은 어린 꼬마에게는 가혹한 길이었다. 그래서인지 병원에 가던 날이면 엄마는 밀크셰이크를 사주셨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강남역. 한 여름을 더 뜨겁게 만든 쉑쉑버거도 밀크쉐이크 판매한다.
버거와 밀크셰이크는 클래식이다.
버알못인 나는 밀크셰이크를 먹긴 하지만 왜 버거와 밀크셰이크의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지 몰랐다. 버거와 밀크셰이크는 마치 순댓국과 소주, 파스타와 와인, 굴과 샴페인 같은 조합인 거다.
풍류랑 버거와 잘 어울리는 우리만의 밀크셰이크를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 우리밀 번과 숙성 소고기. 모두 다 기본을 잘 지키는 존재다. 풍류랑의 밀크셰이크는 프렌차이즈의 얕은맛과 미국스러움을 거부한다. 풍류랑스러운, 한국적인 느낌을 토대로 만들었다. 곡물을 갈아 만들기 때문에 어떤 손님은 미숫가루 같다, 어떤 손님은 오곡라떼같다 등등의 반응을 보인다. 풍류랑의 밀크셰이크는 꼭 버거를 먹지 않는 손님들도 오셔서 마실 정도로 인기가 좋다. 고소한 곡물의 향이 퍼지는 밀크셰이크 한 모금이 여름의 더위를 가시게 해준다.
리서치를 위해 도쿄로
우리가 만들 버거와 밀크셰이크의 콘셉트는 다 정해져 있지만 부족한 건 없는지 보완해야 할 점은 없는지 확인 차 리서치를 위해 가까운 도쿄로 날아갔다. 그중 인상 깊었던 곳 두 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BLACOWS
도쿄에 위치한 블락 카우즈 BLACOWS는 2009년 오픈한 수제버거 하우스로 일본 고급 소고기인 쿠로게 와규를 이용하여 패티를 만든다. 그들의 모토는 “balance”이다. 패티와 번, 토핑의 발란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제버거 하우스이다.
일본 각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만드는 버거라 재료들을 믿고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버거를 먹을 때 패티 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은 소리에도 민감하다 보니 패티 치는 소리에서 신뢰도가 상승!
도쿄에 있는 버거 덕후 친구에게 풍류랑 모자를 보내줬더니 블락 카우즈에 가서 인증샷을 보냈다. 그만큼 버거 덕후들 사이에서는 1등으로 꼽히는 곳이다.
The great burger
오모테산도에 위치 한 그레이트 버거는 미국 버거를 모델로 삼고 있어서 내부 인테리어가 매우 미국스러웠다.
버거를 싸 먹을 수 있게 종이를 주는 게 기억에 남았다. 사실 버거는 들고 먹어야 제맛 아닌가? 이런 부분은 패키지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레이트 버거는 밀크셰이크가 매우 맛이 좋았다. 고소 고소한 맛이 입에 짝 달라붙어서 혼자서 밀크셰이크 하나를 다 마셨다.
도쿄에서 버거와 밀크셰이크를 먹느랴 소화제와 함께 귀국했지만 더 훌륭한 버거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알찬 출장이었다.
버거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최근에 버거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수제 버거집이 생겨났다. 예전보다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하나같이 디자인도 훌륭하고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다.
뉴욕 공원에서 쉑쉑 버거를 먹던 날이 기억난다.
튤립이 더 선명하게 빨갛던 날,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 사람이 참 많았다. 쉑쉑을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당장은 쉑쉑 버거가 앞지르고 있겠지만 우리는 기본을 잘 지키면서 풍류랑다운 버거로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아직 치러야 할 전투는 많지만!
다음화에서는 <왜 풍류랑 인가요?> 편이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