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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재 Jul 22. 2019

가난한 아이

아이의 집은 이층 양옥이 줄지어 있는 골목에 있었다

그해 겨울, 북풍은 길을 잃고 연일 골목을 서성거렸고

바람의 전언에 귀를 기울이던 아이는 

담벼락에 기대서서 운명처럼 가난을 알게 되었다

까마득히 끝을 알 수 없는

그런


안에는 일요일 오후의 나태함도 있을 터였다

손이 하얗고 가느다란 소녀와 피아노

아이의 손은 바지주머니에 얼어있었고

바람은 멜로디를 왜곡하고


일그러진 그림자는 북동쪽으로 자라나고 

아이는 소유한 모든 것을 그림자로 이식하고

그날부터 겨울을 좋아하기로 결정한다

아이는 담벼락에서 자라나는 그림자와 발을 맞대고

오래오래 골목에 남아 있었다

오후 내내 아이는 그렇게 점점 더 가난해졌다


가난은 그에게서 떠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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