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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나 꽃처럼

by 이영희

<수화>

- 김기택


두 쳥년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승객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버스 안이었다.

둘은 지휘봉처럼 떨리는 팔을 힘차게 휘둘렀고

그때마다 손가락과 손바닥에서는

새 말들이 비둘기나 꽃처럼 생겨나오곤 하였다.

말들은 점점 커지고 빨라졌다.

나는 눈으로 탁구공을 따라가듯 부지런히 고개를

움직여 두 청년의 논쟁을 따라갔다.

그들은 때로 너무 격앙되어

상대방 손과 팔 사이의 말을 장풍처럼 잘라내고

그 사이에다 제 말을 끼워 넣기도 하였다.

나는 그들의 논쟁에서 끓어 넘친 침들이

내 얼굴로 튈까봐 자주 움찔하였다.

고성이 오갈 때마다 그들도 꽤나 시끄러웠을 것이다.

운전기사가 조용히 좀 해달라고 소리칠까봐

가끔은 눈치가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버스 안에 두 사람 말고는 딴 승객은 없는 듯 했고

이따금 손바람 서걱거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


.


누구나 한번쯤은 마주쳤을 상황이다. 하지만 수화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어쩌면 외국어와 닮아 있어서 그들의 정직한 얼굴 표정만으로만 감정을 약간 읽어낼 뿐이다.

하지만 김기택시인은 그들의 손 안에서 마술처럼 비둘기가 나오고 꽃을 만들어 낸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보여지는 것, 들려오는 것, 만져지는 것이지만 시인이 온 몸으로 받아들여진 내면의

소리와 이미지들은 정화되고 활자화 되어, 우리의 퇴화된 통찰력과 본능의 감각들이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해준다. 두근두근거리게 한다.


<수화>를 보며, 내가 시를 쓰지는 못하지만 감상이라는 명분아래 외람되이 이렇게 느낌을

이야기 할 수 있음에 시인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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