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휴지통으로

by 이영희


애국가 3절 같은 하늘이다.

빨래 널기 좋은 날이다.

하늘이 보이는 거실 창가에 누워 두서없는 생각로 보내기에도 더 바랄수 없.


끝내 휴지통으로 갈 것들이지만 이런 날의 공상과 망상이 설마 나한테만 주어진 것은 아닐테지. 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널을 뛴다.

시궁창 같은 욕심으로 자신은 물론 주위까지 피곤하게 했던 옛일에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러다 뽀독뽀독 발을 어내는 것처럼 조목조목 죄를 열거해 본다.

아버지를

어머니를

형제를 걱정시킨 문제.

지금 하늘이, 바람이 나를 그렇게 이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무리 계통없는 것이라도 가지 주제는 있어야하는데,

없다. 이런 상태에 빠지는 것을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해 왔다.


어찌 공활하며 높고 구름 없는 이런 날 뿐이었겠는가.

봄날엔 고양이 하품과 기지개 같은 무료함에서, 화끈한 열기를 에어컨 밑에 누워서 식히는 시간은 또 어떠했던가.


정말이지 이런 시간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널널한 게으름을 상당히 괜찮은 것처럼 꾸며내고 있도 알고 있다. 그러다 도끝도 없이 헤매이던 생각들을 후다닥 는다. 왜?

세탁기가 빨래가 다 됐다며 신호음을 알려왔기에.


그런데 문제는 이런 하찮은 생각을 어떤 식으로든 글로 옮기고 싶고, 글로 만들어 적당한 어휘로 겨 놓고 만다.


옥상으로 가야지.

탁탁 털어 빨래를 널듯이 생각도 탁탁 털어 따끈따끈한 햇볕에, 바람에 소독해야지. 뽀송하게. 다 말라지면 스며든 햇빛의 단내처럼 내일의 생각은 달달하게 .....


어느 분의 말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제발 쓸 거리가 없으면 쓰지 마세요.

글도 아닌 글로 왜 귀찮게 하는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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