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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꿈

by sleepingwisdom

거대한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울창한 숲이 끝없이 이어졌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서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갑자기 뒤에서 커다란 불길이 일어났다.

'뭐지?'

산불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불길이 나만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아!'

본능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으로 달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가벼웠다.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뛸수록 속도가 붙었다.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거대한 나무 앞에 도착했다. 망설이지 않고 수직으로 올라갔다. 나무에서 나무로 점프했다.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불길을 피해 달렸다.



불길이 빠르게 쫓아올수록 나는 더 빠르게, 더 깊은 산속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마침내 만났다.

천 미터가 넘을 것 같은 거대한 나무. 한 번에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주변에 세 개의 산봉우리가 보였다. 각각의 봉우리에 한 명씩, 총 세 명의 도인이 앉아 있었다.

불교 승려는 아니었다. 머리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도교 계열의 수행자 같았다. 바위처럼 묵직하게 앉아 있으면서도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가운데 봉우리의 도인이 가장 연장자 같았다. 대머리에 긴 흰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왔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감은 것 같기도 했다. 무거운 눈꺼풀 때문에 눈빛이 가려져 있었지만, 나를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장자를 들고 있었다. 묘하게도 나와 오랜 인연이 있는 것 같았다. 나를 잘 안다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왼쪽 도인은 엄하고 근엄했다. 미소도 없었다. 거친 피부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오른쪽 도인은 가장 젊어 보였다. 그래도 수백 년은 족히 살 것 같았지만. 아기처럼 부드러운 피부가 빛났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이 상황이 즐겁다는 듯 함박 웃음을 짓고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뒤쫓아오던 불길도 멈춰 있었다. 시간이 정지한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운데 도인이 입을 열었다. 실제 음성은 아니었다. 음성보다도 더 정확한 파장이었다. 마음 깊숙이 울려 퍼졌다.



'이제 시작이다.'



느낌으로 무엇인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랐지만 내가 겪어야할 운명의 스케쥴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보다 더 전달력이 좋은 파장의 세계에 들어와 모든 것들이 투명하게 이해되었다.


잠이 깨고도 그들의 맑고 안온한 기운에 나는 도취되어 있었다. 그 세계에 나도 도달하고 싶었다. 잠시 아픔을 잊게 만든 신비한 꿈이었고. 내안에 무언가가 꿈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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