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과 춤을 추라

유년시절

by sleepingwisdom

초여름밤 골목길은 길고,
공기는 낮의 열기를 품어 아직 식지 않았다.
엄마는 품팔이 밭일을 마치고 돌아오셨고,
나는 혼자 집에 남았다.


방 안 적막이 나보다 컸고,
무서움이 나를 골목으로 밀었다.
풀과 흙냄새 섞인 바람이 발목을 스쳤다.



전봇대 밑, 졸음이 무릎을 꺾으면
바보 아저씨의 등은 작은 난로 같았다.
나는 그 위에서 잠들었다.



부족함은 나를 움직였다.
두려움을 견디게 했고,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게 했다.



결핍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내 뼛속에서 솟아난 결핍,
다른 하나는 남의 욕망을 빌려온 결핍.



첫 번째는 나를 앞으로 밀고,
두 번째는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강이 흐르는 이유가 강바닥의 낮음에 있듯이,
사람도 빈 곳이 있기에 움직인다.


결핍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
빈 그릇만이 무엇인가 담을 수 있듯,
결핍이야말로 내가 가진
가장 완전한 것이었음을.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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