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도경완 씨를 잘 모르지만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면서 참 좋은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많고, 공부를 잘했고, 뭐 이런 조건을 떠나서 그의 아이 같은 모습 때문이었다.
도경완 씨는 참 장난을 잘 치는 아빠인 것 같다. 적절한 장난은 아이들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대응 능력을 키워주기도 한다. 종종 감당할 선이 넘어가면아이들에게 당혹스런 얼굴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마저 참 귀엽지 않은가.
아이들이 어릴 때 나는 애들을 상대로 너무 짓궂은 장난을 치는 사람들을 보면 눈살을 찌뿌리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장난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적절한 장난이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장난도 배워야 치는 것인 거다. 지난 글(https://brunch.co.kr/@sleepyan/22) 속 '감사한 마음'에 이어 아이들은 참 별걸 다 모른다니까.
얼마 전 선비님 같은 2호기가 "엄마, 나는 XX에게 장난을 배웠어"라고 했다. 인생을 글로 배우신 우리집 2호기는 장난이 너무 힘든 아이였다. 그런데 남자아이들이 어떤가. 한시라도 장난을 멈추면 정말 몸이 배배 꼬아지는 존재인 것이다. 아이는 그런 친구들을 힘들어했다. 책에서는 친구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라고 했는데 이들은 왜 이렇게 배려 따위라곤 없는 것인가. 고지식한 둘째의 이런 성향은 스스로를 많이 힘들게 했다. 다행히 적절한 시기에 우리는 심리치료를 통해 이 부분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고양이만큼 사람도 꼭 장난치고 놀아봐야 한다. 픽사베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 시기에 아이가 적절한 장난을 칠 줄 아는 친구와 친해졌다는 것이다. 적당히 밝으면서도 예의도 바른 이 친구는 2호기를 향해 가끔 장난을 쳤다. 만나기로 한 시간에 갔는데 숨어있다가 놀라게 한다거나, 뭐 그런 가벼운 장난이다. 처음에는 그마저도 힘들어했지만, 선 넘는 장난은 전혀 없던 탓에 2호기는 그 아이의 장난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자기도 한번씩 장난을 걸기도 했다. 그 친구와 있는 2호기는 다른 친구들과 있을 때보다 훨씬 보통의 열두살 같다.
2호기가 장난을 배우지 못한 데는 부모인 우리 탓도 있다. 나도 남편도, 장난을 잘 안 친다. 나는 특히 오히려 싫어하는 편이다. 1호기는 장난을 너무 좋아하는 지금과 달리 어릴 땐 장난을 잘 못쳤다. 그런데 여아들은 장난을 안 쳐도 전혀 문제가 없으니까 이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질 못했다.
지나고 보니 장난은 곧 놀이이고, 놀이는 요즘 그렇게도 중요하다고 하는 사회성과 직결된다. 선을 넘지 않는, 적절한 장난을 눈치껏 치는 것, 그것도 사회성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마다 타고난 사회성은 다른 것 같다. 첫째에 비해 둘째가 사회성이 조금 약한 편으로 보이는데, 이런 사회성이 타고난대로만 살아야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요즘은 심리센터 등에서 '사회성수업' 등을 하기도 한다. 꼭 수업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장난, 놀이 속에서 대처 능력을 배우면서 사회성을 키운다. 큰 아이를 둔 선배들이 아이 저학년 때 꼭 놀이터에서 많이 놀리라고 하는 것도 돌아보니 그 때문이다. 특별한 심리적 이슈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회성은 놀이터에서 충분히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다. 일하는 엄마로 아이가 충분히 바깥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지 못한 것을 내가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