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어버린 40대 아이
상실감의 늪에 빠지다.
신랑은 일 때문에 먼저 출국을 하고
아이와 나, 둘이 남아있었던 때 친정 엄마와의 일이 벌어졌다.
그 누구에게도 자세히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였기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이유 없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있는 중에 이러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지만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실감, 참 외로웠다.
이렇게까지 흘러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2차 타격
며칠이 지나 친정 아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 마음을 공감해 주길, 이 아이도 힘들었구나 이해해 주길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내가 친정 엄마에게 전화해서 사과할 줄 알았다는 말,
엄마가 너희에게 지극정성이었던 것은 인정하지 않냐는 말,
이제 너는 부모 없이도 잘 살 수 있으니 건강하라는 말,
그러면 너는 평생을 그런 마음을 가지고 부모를 봤냐는 말..
그리고 수화기 너머 저 편에서 들려오는 친정 엄마의 외침..
그렇게 맞기 싫었으면 다 맞아왔으면 되지!
말 그대로 2차 타격이었다.
'아, 내가 사과하지 않으면 이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인가?'
나는 수차례 설명했다.
"친정 엄마의 노고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감사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틀렸던 것은 알지 않냐."
누구 편이 어디 있습니까?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친정 아빠가 내 편을 들어주길 바라지 않았다.
사실 이 문제에 있어서 편이라는 게 있을까?
나에게 필요한 것은 존중과 배려였다.
지금 이 나이에도 난 친정 엄마의 언어적 폭력을 이겨낼 힘이 없었으니.
그렇지만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 내어줄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잘 모르겠다.
이것 하나는 분명해졌다.
나는 나를 지켜야겠구나. 내가 무너지면 안 되겠구나.
불안도가 높아졌다.
나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안 좋아졌다.
학창 시절 이럴 거면 같이 죽자며 주방에서 칼을 꺼내오던 엄마가 생각났고
떨어져 죽으라며 집 창문 밖으로 날 밀던 엄마가 생각났다.
혹시나 내가 아이랑 둘이 자고 있는 순간에 엄마가 감정이 격해져서
들어와서 일이 터질까 봐 무서웠다.
집 비밀번호를 바꾸면 되는 일이었지만
혹시나 인연의 끈이 끊어질까 봐 그러지 못한 채
매일 밤 안전고리를 걸고 잠자리에 들었다.
길을 걸을 때에도 무서웠다.
어디선가 엄마가 나타나서 내 머리채를 잡을 것만 같았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 순간 불안했다.
불안과 우울이 높아져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 심리상담사 선생님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