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Jul 16. 2023

[D-169] 나는 별점으로 평가할 수 없다

197번째 글

어제 나는 미움받는 것이 두렵다는 내용의 에세이를 썼다(글 보러가기). 모두가 나를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그 누구도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를 싫어할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다고. 또 그래서 나 자신을 팬과 안티팬이 모두 열렬하게 관심을 갖는 슈퍼스타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얼마 전, 친구와 만나 밥을 먹으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내 행동과 내 말로 인해서 누군가 나를 싫어하고 비난하게 될까 봐 두렵다는 이야기를. 때마침 친구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나누었었다. 그리고 어제 내 에세이를 읽은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구는 그때의 만남 이후로 왜 이렇게 미움받는 것이 두려운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스스로의 능력의 척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두에게서 호감을 사고, 모두에게서 사랑을 받아야만 자신이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인정받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친구는 말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게 스스로의 부족함을 드러내 주는 것 같았다고. 그리고 친구는 이렇게 호감도를 능력의 척도로 여기는 사고의 흐름이 잘못되었다는 것까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 역시 같은 이유로 늘 사랑받기를 원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누군가 내게 갖는 호감도를 통해서 나 자신을 평가하려는 성향이 있었던 거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과 나의 자아정체감 형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일상 속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이 내게 별점을 매긴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별점으로 매겨진다고 말이다. 5점 만점짜리 별점이 100개가 매겨지더라도, 딱 한 명만 1점짜리 별점을 주면 나에 대한 평균적인 리뷰는 4.96점으로 떨어져 버린다. 나는 그 부분을 못 견뎠던 것 같다. 누군가 한 명만 나를 싫어해도 나에 대한 평가 전체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모두에게서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생겼던 것 같다.


하지만 호감도와 능력은 다르다. 인생은 서비스업이 아니고, 인간관계는 일방적으로 별점을 매기는 것이 아니다. 별점을 매기듯이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다. 나 자신을 그런 척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100명의 안티팬이 나를 지독하게 미워하더라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1명만 있다면 견딜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 1명의 팬에게 집중해야만 한다. 100명의 안티팬이 내 팬으로 돌아서도록 노력하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1명의 팬에게 확실한 팬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또는 99명의 새로운 팬들을 만들어보는 것이 더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고.


나와 깊이 있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어 주고, 내게 고민을 기꺼이 털어놓아 주고, 공감해 주고, 내 글을 읽어 주고, 자신의 생각을 공유해 주는 친구가 내게는 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친구, 나의 팬이 되어 준 친구가 있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이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어 하지 않는 욕망, 누군가 나를 싫어할까 봐 두려워하는 감정을 넘어설 수 있도록 공들여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나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도, 언젠가는 이 문제로 더는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
2023년 7월 16일,
야외 카페에 앉아서 음악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Airam Dato-on from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D-170] 내가 너무 슈퍼스타인 탓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