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oo

로컬을 좋아하고 브랜드를 소비하는 누군가의 생각

by 다채롭게



Episode 3. 로컬의 가치



사실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로컬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지역에서 일을 하기 전까지 나는 혼자 서울 밖을 나가본 적이 없었다. 서울 촌뜨기에게 지역은 신기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이해 안 되는 것 투성이었다.


처음에는 같은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일면식 없는 사람도 한 다리만 건너면 도와주고, 두 번 보면 친구가 되는 것이 생소하고 적응이 안 됐다. 주고받는 게 1:1로 같아야 하는 나로서는 뭘 받았으면 크든 작든 빠른 시일 내에 보답을 해야 했고 그게 미뤄지면 마치 빚에 쫓기듯 스트레스받았으며 그 때문에 받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다. 사회초년생인 나에게 지역의 선배나 어른들은 무서울 정도로 친절했다. 도대체 왜...?


다행인지 어른들과 달리 또래들은 나처럼 낯가림이 있었다. 한 발짝 거리를 둔 상태에서 조곤조곤 한 두 마디 나누다 얘기가 통하는 것 같으면 그제야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친해지는 속도가 또 너무 빨랐다. 어른들의 친절과는 다르지만 속도만 다를 뿐 비슷한 결이었다.


일 때문에라도 자주 보는 사람들과는 친해졌지만 온전히 그들과 어우러지기에는 여전히 나는 바깥에서 지역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경계심으로 나와 그들 사이를 줄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경계심이 호기심으로 돌아섰다.


내가 살던 곳과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값어치를 정확하게 하는 것’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한 곳으로 인식하고 나니 지역의 삶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사귄 친구들과 좋은 어른들 덕분이었다. 일로 만난 사이지만 함께 바람도 쐬러 다니고, 주말에 만나서 차도 마시고,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같이 다녔는데, 나를 데리고 가준 곳마다 만났던 사장님들은 각자 해결하고자 하는 것과 추구하는 가치가 뚜렷한 사람들이었다. 듣는 얘기가 생경했고, 공감도 갔었다. 일하지 않는 날도 이렇다 보니 때로는 내가 일하는 건지 노는 건지 헷갈리는 날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있었다. 구매해야 할 제품을 넘어 사람에 초점을 맞추니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들 덕분에 제품이 더 잘 기억에 남았다. 지역에 괜찮은 상점과 아이템들을 수집하고 남의 동네를 탐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또한 이들이 로컬이 가진 연결성을 자신의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모습을 벤치마킹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실행할 수도 있었다. 제품과 지역을 잇기 위한 스토리텔링을 고민하니까 방법도 더 많이 보였다. 게다가 우리 지역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지역에 갔을 때 그 지역 주민이 추천하는 제품에도 관심을 가졌다. 작든 크든 일단 '지역'으로 묶으면 많은 것들이 포용되었다. 그게 불완전하고 부족한 상태여도 말이다.



대전과 공주를 가게 된다면 이 세 곳은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도, 일을 하면서도 로컬은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 요소였다. 하지만 이건 서울촌뜨기가 지역에 가서 어쩌다 운 좋게 얻은 경험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몇 년 뒤 서울로 다시 와보니 이미 로컬이 점점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 경험은 뒤로 밀어놓고 또다시 ‘왜?’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로컬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한동안 관찰했고, 이유는 다양했지만 크게 몇 가지 시기 상의 흐름을 타고 구분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지역을 구분하는 범위 또한 지방 단위에서 동네 단위까지 크기도 다양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 속에 사람들이 로컬을 선호하는 이유에는 중요한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역에서 살면서 경험했던 '연결성'말이다. 특히 젊은 층에서 더 활발하게 보이는 소비의 특징이 있는데,


추구미 = 자기표현을 위해 소비하는 성향

도파민 or 아늑함 = 외로움을 상쇄시켜 줄 다른 감성

소통하는 브랜드를 선호 =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하나의 인격처럼 나와 대화를 하는 것


이러한 소비에는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모습이 투영된 제품/서비스/페르소나를 통해 취향으로 연결된 사람들과의 교류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나의 좋은 모습을 바랄 때에는 그에 맞춰 아래와 같은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것을 소비하고 = 나의 건강에, 스트레스 해소에, 보람을 느끼는

동네라는 테두리 안에 속하는 = 내가 소속되어 있거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 환경보호든, 눈속임 없이 정직하게 만들든, 지역사람들을 돕든


이제 사람들은 가성비만 따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충족하고 싶은 새로운 니즈가 나타나면서 가심비를 함께 고민한다. 좋은 제품보다 좋은 로컬 브랜드가 더 먼저 눈에 띄는 이유는 이 부분을 잘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네 안에서 좋은 제품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해 온 로컬브랜드는 그 부분이 지금의 강점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다다르다 (대전 중구) : 책과 공간을 기반으로 주민과 여행자를 연결하고 지속가능한 삶과 지역을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다양한 방향을 제안하는 독립서점이다. ‘우리는 다 다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어요.’라는 가치를 목표로 꾸준한 독서 생활과 창작 생활을 돕는 큐레이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기획 프로그램도 함께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사회실험공간 나선지대 (대전 유성구) : 자원순환을 고민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기업 '재작소'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지역 및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혁신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공간에는 메이커스페이스, 제로웨이스트샵, 생태책방 등이 숍인숍 형태로 있으며 주변에 다른 청년 공간과 가게들이 함께하는 안녕마을에 소재하고 있다.


*곡물집(충남 공주) : 주식회사 어콜렉티브가 운영하는 쇼룸이자 그로서리 카페. 토종 곡물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농부, 셰프, 디자이너, 아티스트, 인문학자, 과학자 등)과 협업하여 지속가능한 미식 경험을 디자인하고 제품과 서비스, 콘텐츠를 만든다. 쇼룸인 곡물집에서는 지역 농부들로부터 공급받은 작물을 활용해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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