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쌓아두지 않는 거실
거실은 조금만 방심하면 쉽게 물건이 많이 쌓이는 공간이다. 평소 생활할 때 편하게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게으름을 오래 피우면 물건이 여기저기 많이 쌓여 있는 걸 보게 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깔끔하게 거실을 사용하기 위해 제때 치우고 제자리에 바로 두는 습관을 길렀고 거실을 꾸미기 위한 물품은 최대한 구매하지 않고 화분 3개를 두어 테이블 야자를 키우고 있다. 현재 거실에는 4단 수납장에 책 몇 권, 바느질함, 각종 생활 물품들과 문구류, 향수와 블루투스 스피커를 두었고 그 옆으로 2인 소파, 좌식 테이블 하나, 책장과 함께 책들이 있다.
내 공간 중 자주 신경 쓴 공간이 거실인데 살펴볼 때마다 늘 물건이 많다고 여겨져 정리를 해도 그 이상 버릴 것이 없어서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자주 받곤 했다. (물건이 그리 많은 편도 아닌데… 하하.) 많이 예민한가 싶기도 한 게 볼펜 꽂이에 3~4개의 볼펜이 있는 걸 보면 2개로도 충분한데 많이 갖고 있나 해도 어차피 다 사용하면 또 필요한 게 볼펜이니 괜찮다 생각하기도 하고, 각종 문구류를 보면 이거 자주 쓰는 게 아닌데 싶다가도 한 번씩 꼭 필요해서 버리면 안 되는 녀석들이 있어서 버리는 것에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도 했다.
가장 난감한 것은 취미 생활로 인해 생긴 물품들이었다. 나에겐 여러 가지의 취미가 있다. 달리기, 음악 듣기, 영화 보기와 같이 물건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취미부터 마크라메, 가죽공예, 위빙과 같이 기본 재료가 필수인 취미들까지. 아차, 당일치기 캠핑을 위한 캠핑 용품들도 있다.(캠핑용품들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만 구비해 차에 두었고, 독서는 도서관을 최대한 이용해 되도록 더 이상 구매하지 않고 대여해서 읽고 있다.) 마크라메나 위빙은 실과 끈이 주 재료이고 가죽공예는 기본 도구들이 꼭 필요해서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사 온 초반에는 생각한 만큼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아 속상했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만들면서 재료를 서서히 소비하고 만든 물품을 나누는 재미를 누리고 있다.
거실을 정리해 오면서 나에게 어떤 강박이 있는 거 아닌가 자주 생각했었다. 함께 공존하며 살아도 되는 물건인데 버려야 한다는 생각과 깔끔해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어김없이 청소하던 어느 날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만 잘 실천해도 거실이 깨끗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마시다 만 물이 든 컵, 내일 읽어야지 하고 며칠 째 쌓아 둔 책, 이따 빨래해야지 하고 던져놓은 팔토시와 담요, 나중에 넣어야지 하고선 아무렇게나 놓아둔 바느질함까지. 컵은 그 자리에서 설거지하면 20초, 책은 손 뻗으면 닿는 책장에 바로 꽂으면 되고, 빨래거리는 세탁기에, 바느질함은 수납장에 넣어두면 된다. 그러면 물건이 너무 많다는 찝찝함보다 깔끔해진 거실에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 미니멀 라이프는 가지고 있는 그 양도 중요하지만 압박을 받으며 스트레스받는 것에서 벗어나 부지런한 생활 습관을 정착시키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하는 것부터라는 생각을 한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생각들이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물건의 가짓수가 적다고 해도 삶의 영역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