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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Apr 08. 2024

욕실 용품을 줄이고 싶어

필요한 것만 갖춘 화장실로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약 8평가량의 임대 아파트다. 고로 화장실도 작다. 화장실이 작다고 해서 불편한 건 아니다. 오히려 작은 화장실이라 좋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는 청소를 즐겨하는 편이다. 사는 공간이 넓을수록 청소는 버거워진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이쯤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즈음 청소를 끝내면 딱인 크기여서 아주 흡족히 지내고 있는데 그중 화장실이 특히 그렇다. 그리고 이 작은 화장실 안에 물건을 많이 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사 온 이후로 수납거리를 더 늘리지 않고 기존에 있는 수납대 하나로 지내고 싶어서 욕실 용품 정리에 나름 신경을 썼다. 우선 3칸짜리 수납함에는 드라이어, 여분의 두루마리 휴지 2개, 여분의 샴푸바, 트리트먼트바, 보디워시바, 세안바, 면봉, 눈썹칼, 미용가위, 빗, 수분 크림, 로션, 선크림, 바디 오일, 바셀린, 렌즈 세척액, 렌즈 보관통이 있다. 이전에는 에센스와 색조화장품(이라고 해봤자 한두 가지였지만), 고데기 등 여러 물건들이 있었지만 화장을 즐겨하지 않아 색조화장품은 필요 없었고, 내 본래 머리로 살고 싶어서 고데기도 치웠다. 기초 화장품은 좋은 것 많이 바를수록 좋지 않나 싶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판단에 수분 크림과 로션만을 남겨두었다. 지금도 보면 물건이 꽤나 많다 생각하다가도 이 물건들은 꼭 사용하는 것들이니까 이제 됐다 생각한다. (하지만 보디오일은 이번에 다 쓰고 나면 또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세면대에는 고체 치약과 대나무 칫솔, 양치컵, 세안바, 노워시 트리트먼트바, 손세정제를 두었고 샤워기 옆에는 샴푸바와 바디워시바를 두었다. 그 이상의 미용 용품은 필요하지 않았다. 요즘은 미니바를 사용할 일이 있어 작은 샴푸바를 쓰다 보니 더 간소화된 느낌도 든다. 사실 매일 사용하는 건 정해져 있고 그 가짓수도 적다. 그래서 화장실은 많은 물건들로 복잡할 이유가 없는 공간이다. 가끔 다른 곳의 화장실을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미용용품들부터 이게 왜 화장실에 있을까 싶은 것들, 똑같은 기능의 물품을 여러 개 두거나 용량이 조금 남아 있는 샴푸통과 이제 막 뜯은 샴푸통이 함께 있는 것을 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자신이 씻고 싸는 곳을 제대로 치우지 않고 청소하지 않아 더러워진 것을 보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사는 환경도, 여력도, 청결과 정돈의 정도를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르지만 오래도록 청소하지 않은 화장실을 한 번에 청소하는 것이 힘들 뿐, 사실 다 사용한 샴푸통의 비닐을 떼어내고 헹구어 내는 것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분리배출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 작업은 아니다. 결국 주기적으로 조금씩 잘 치우다 보면 한 번에 어렵게 청소할 일은 많지 않을뿐더러 내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누리게 된다. 나는 이 과정을 깨달은 후 되도록 청소 루틴을 지키고 불필요한 물건을 들이지 않으며 살아간다. 어느 누군가 내 화장실을 갑자기 사용하게 된다 해도 당당한 마음. 화장실을 사용할 때 찝찝하지 않은 마음. 필요한 물품만 갖추고 주기적으로 잘 청소하면 다 누릴 수 있는 마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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