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수면 메이트는 단순함이다.
“언니집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집 같아.”
어느 날 친한 동생이 내 집에 방문했을 때 했던 말이다. 물건이 많이 없고 단순해서 한 말이었다. 거실은 제법 물건이 있고 또 눈에 잘 보이는지라 단순한 느낌은 아니지만 주방이나 침실 같은 경우는 내가 생각해도 그런 느낌이 난다.
나는 침실에 물건을 많이 두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사진으로 보면 알 수 있듯이 저게 끝이다. 화분들과, 미니 싱잉볼, 조명, 매트리스와 침구, 직접 만든 마크라메 월행잉과 팔로산토 소품. 2년 전에 사 온 버킨은 큰 화분으로 분갈이할 만큼 많이 자랐다. 온도에 좀 예민한 것 같아서 겨울부터 지금까지 실내에 두고 있다. 다른 친구들도 무럭무럭 잘 자라나고 있어서 잠들기 전에 한 번씩 보면 기분이 좋고 기특한 마음도 든다. 싱잉볼은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구매하게 되었는데 요가 전이나 후에 유용하게 사용한다. 조명은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예쁜 동생들이 집들이 선물로 주어서 아주아주 잘 사용 중이고 마크라메는 취미를 붙이면서 이런저런 매듭법을 연습하다가 굵은 나뭇가지 구해다 직접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가장 큰 사이즈로 만들어 보았는데 잘 만들어진 것 같아서 볼 때마다 매우 흡족하다. 팔로산토 소품은 태우지 않고 나무 본연의 향을 맡고 싶어서 머리맡에 두다가 마크라메 작업하면서 그냥 만들었는데 제법 맘에 들어 벽에 걸어 두었다. 옆 베란다 문 사이로 바람이 홀연히 불어오면 그 향이 은은히 나서 참 좋아하는 소품이다.
침대 프레임은 넣지 않았다. 다음에 이사할 때 꽤 번거로울 것 같기도 하고 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받침대만 구매해서 매트리스를 올려놓고 잘 사용 중이다. 사진 속에 있는 등받이 베개는 서울 살 때부터 사용해서 약 7년째 사용 중인데 때도 안 타고 찢어지지도 않고 튼튼해서 무척 애용하는 배게이다. 찢어지면 바느질로 잘 기워서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살 때 주로 원룸에서 살았고 셰어 하우스에서 살던 때도 좁은 내 방 안에 모든 물건이 있어서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많이 받곤 했다. 그래서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침실은 수면에 충실하도록 단순하게 사용하자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은 수면에 좋은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그렇다. 주변에 뭐가 많아도 잘 잔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하게 침실을 사용하면 수면의 질이 확실히 달라진다. 나는 그 차이를 깊게 느꼈기 때문에 절대 물건을 많이 두거나 번잡하게 하지 않는다. 특히 잠을 잘 못 자던 서울 생활 때 매일 피곤에 시달려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다시는 그렇게 지내고 싶지 않기에, 충분하고 좋은 잠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에 더더욱 단순한 침실을 추구하며 산다. 음, 그런데 침실은 잠자는 공간이니까 잠을 위한 장치만 있는 게 정석인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단순한 침실이 특별한 게 아니라 기본이라는 생각. (물론 생활양식과 형태가 저마다 다 다르지만) 아무튼! 좋은 수면을 누리고 싶다면 침실 정리를 권해본다. 시야가 단순해지도록 물건 정리를 해보라. 잠자는데 필요한 물건들만 두라.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큰 효과가 있다!